"북새통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 올스타 및 올림픽 브레이크를 앞둔 우리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이 한마디로 지난 전반기를 돌아봤다. 이 감독은 7월 마지막날인 31일 목동 한화전을 앞두고 지난 경기들을 복기하며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바람에 끼워넣기 바빴다"고 말했다. 온갖 진통 속에 출범한 신생팀 히어로즈는 다른 구단과는 한달 늦게 제주도에 캠프를 차렸다. "이사 하는 집처럼 어수선한 상태였다"는 이 감독의 표현처럼 연봉협상 문제 등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훈련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대부분 베테랑이 주축을 이룬 히어로즈는 누가 한 명이라도 다칠 경우에는 백업 선수들 찾기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리며 신생팀 돌풍을 일으켰다. 현대 선수들을 그대로 받아들인 만큼 기량은 인정했지만 창단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요소들 때문에 밑바닥 성적을 예상했던 전문가들을 비웃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차츰 시즌을 치를수록 뒷심 부족을 드러냈다. 두 번의 6연패, 한 번의 7연패를 거듭하며 순위는 떨어졌다. 결국 지금의 7위 자리가 굳어졌다. 이 감독은 "주전들이 돌아가며 부상으로 빠졌고 선발 황두성을 마무리로 돌려야 했다"며 "김수경이 훈련에 늦게 합류하는 등 마운드에 문제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며 밝은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무리로 일본인 다카쓰 신고를 영입함에 따라 황두성이 다시 선발로 돌아섰다. 선발과 마무리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었다. 마일영이 급부상, 장원삼과 좌완 에이스 듀오로 떠올랐고 베테랑 김동수를 대신해 마스크를 쓴 포수 강귀태가 성장했다. 강정호, 권도영, 황재균 등 내야진의 기량 발전도 눈에 띄었다. 이 감독은 "강정호가 공격과 수비에서 자리를 잡았다. 마일영은 선발진에 큰 힘을 보탰다"며 "강귀태는 시즌 초반 많은 패배를 감수하고 내보낸 보람이 나타나고 있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내년 시즌 전망도 어둠과 밝음이 교차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마친 후 가을캠프 때 열심히 해야 한다. 기량이 늘어주면 좋겠지만 백업이 적어 주전 커버가 힘들다. 황재균과 권도영이 좀더 성장해주면 좋을텐데"라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또 "강귀태는 어느 정도 성장한 만큼 아프지 않아야 한다. 15승 투수는 다카쓰가 있는 만큼 만들어지겠지만 내년에도 다카쓰가 여기에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그동안 1차 지명이 없어 정상급 신인 수급에 차질을 빚었고 득점 기회에서 필요한 해결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감독은 "내년에는 어떻게 이 팀을 잘 조립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있는 선수들을 좀더 갈고 닦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감독은 "기록과 옵션을 채워줘야 하는 선수들이 많다. 김수경, 송지만, 정성훈은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다. 그것도 고민"이라면서 "최근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보니 휴가"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