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섞이지 않은 두 자매의 사랑과 욕망, 복수와 용서를 그린 KBS 2TV ‘태양의 여자’가 31일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진부하고 통속적인 소재와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은 초반 시청자에게 외면 받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폭넓은 지지층을 얻었다. ‘태양의 여자’가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통속드라마라는 표피 속에 사랑을 갈구하는 주인공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통속’이란 말은 저속함과 대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태양의 여자’는 출생의 비밀과 얽히고 설킨 애정구도, 두 자매의 끝이 없는 복수극,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드라마적 요소를 지녔다. 거기다 절대 선도, 악도 없는 인물 구조와 스토리 전개는 저속함을 거부하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아 떨어졌다. 결국 끝없이 복수하고 배신하는 도영과 사월은 사랑 받고 싶은 욕망에 충실했다. 주인공 신도영(김지수 분)은 동생 지영을 버린 죄값을 치르느라 평생 죄인처럼 살았다. 양부모에게 사랑 받으려 발버둥 치지만 돌아오는 건 냉대뿐이었다. 일로 성공을 거두며 그나마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사월의 등장으로 한 순간에 잃게 된다. 도영이 얼마나 사랑에 목말라했는지는 장사장을 통해 친부모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기억에도 없지만 친부모가 자신을 많이 예뻐하고 사랑했다는 얘기에 용기를 얻었다. 교통사고후 사경을 헤맬 때 꿈 속에서 친엄마를 만나 응석과 애교를 부리며 행복했다. 사월 또한 그토록 따르고 믿었던 언니가 자신을 버렸다는 걸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애증으로 가득 찬 마음 밑바닥에는 언니에게 사랑 받고 싶은 마음과 배신감이 충돌하며 인간적인 갈등에 부딪혔다. 통속 멜로로적인 소재로 궁극적인 인간애를 다루며 ‘휴먼드라마’의 모습을 보였다. 두 자매의 복수극은 지독할 만큼 잔인했고 극에 달했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심리를 제시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신도영의 악행과 윤사월의 지독함을 비난하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지만 배신과 복수라는 뻔한 스토리로 뻔하지 않은 재미를 만들어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스토리는 빠르게 전개됐지만 인물들의 심리는 세밀하고 심도있게 다뤄 보는 이로 하여금 곱씹어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소화해낸 김지수와 이하나, 이들을 조용히 지지해주었던 한재석과 정겨운의 역할이 빛을 발했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