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극장가, 관객 홍수로 행복한 비명
OSEN 기자
발행 2008.08.01 08: 18

기름값도 올랐는 데 에어컨 바람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 한 편으로 바캉스 대신할까? 경기가 안좋을 때 거꾸로 호황을 누린다는 극장들이 요즘 넘쳐나는 관객들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얼마전까지 계속되는 관객 감소로 우는 소리를 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극장가 관객 급증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는 계절적인 특수다. 해마다 7월말부터는 여름방학철 성수기를 맞아 가족 단위 극장 나들이와 학생 관객들이 늘기 시작한다. 둘째는 역시 볼만한 대작들이 우후죽순처럼 개봉했거나 개봉 대기중이라는 사실이다. 170억원 제작비의 김치 웨스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지난달 17일 가장 먼저 개봉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놈놈놈'은 개봉 2주만에 40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중이다. 감각파 김지운 감독의 최신작에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 등 특급 스타들이 총출동하면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어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님은 먼곳에'가 막을 올렸고 단기간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지난해 여름 '디워'와 '화려한 휴가'의 한국영화 쌍끌이가 예상됐던 상황. 그러나 올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한여름까지 계속되면서 관객수 급증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미이라3'는 평일인 첫 날 30만명 관객 동원을 넘어섰고 동시에 막을 올린 곽경택 감독, 한석규 차승원 주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도 16만명을 불러모았다. '눈눈이이'의 16만명 스코어도 최근 1년동안의 평일 오프닝 기록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놈놈놈' 님은 먼곳에' '미이라3'의 호조와 비교됐을 뿐이다. 이들 4편 외에 7일에는 북미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배트맨 시리즈의 최신판 '다크 나이트'가 막을 올린다. 이미 개봉 열흘전에 예매율 1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그 열기가 뜨겁다. 미국 개봉에서는 역대 10일 오프닝 최다 수익 기록을 세웠고, 역대 최고 흥행 영화인 '타이타닉'을 2위로 밀어낼 기대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 셋째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비싼 야외 나들이나 피서보다 값싼 영화 관람으로 발길을 돌리기게 만드는 경제 사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한동안 파리를 날리고 있던 극장가가 관객들의 열악해진 주머니 때문에 오히려 신바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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