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벙글 이범호, "전반기 정말 재미있었다"
OSEN 기자
발행 2008.08.01 08: 4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달 31일 목동구장. 우리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마친 한화 선수단은 마치 방학을 맞은 학생들처럼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를 마치고 25일간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에 들어가는 만큼 선수들 입장에서는 긴 휴가를 맞는 기분일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는 선수가 있었다. 라커룸에서 웃통을 벗고 특유의 폼나는 음료수 마시기 포즈로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은 이범호(27)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이범호는 간략한 전반기 자평에 대해 “정말 재미있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범호는 “팀이 전반기 동안 정말 재미있게 경기를 했다. 팬들도 즐거웠지만 경기를 하는 나도 참 재미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팀이 재미있게 경기를 해도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재미있을리 만무하다. 이범호가 싱글벙글 웃으며 전반기를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개인성적 향상이다. 특히 히어로즈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3경기 연속 2안타 멀티히트를 터뜨렸다. 올 시즌 첫 3경기 연속 멀티히트였다. 올 시즌 전반기 101경기에서 이범호는 350타수 101안타, 타율 2할8푼9리·15홈런·67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2004년 데뷔 첫 3할 타율을 기록한 이후 매년 타율이 하락했던 이범호는 1차 목표치였던 2할8푼대를 상회하는 2할8푼9리로 전반기를 마쳤다. 홈런도 공동 5위이며 타점도 단독 5위에 랭크됐다.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한 OPS는 0.869로 전체 9위. 심지어 도루도 데뷔 후 가장 많은 12개를 기록했다. 전성기 김한수를 연상시키는 3루 수비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이범호로서는 아쉬울 게 없는 전반기였다. 이범호는 기록으로 나타나는 게 전부인 선수가 아니다. 수비에서 공헌도도 그렇지만 찬스에서 집중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3할4푼1리이고, 결승타도 8개나 된다. 이범호는 “찬스에서 강한 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많다. 물론 특유의 당겨치기로 병살타도 많은 편이다. 올 시즌 벌써 데뷔 후 가장 많은 병살타(16개)를 쳤다. 하지만 이범호는 “병살타치는 게 두려우면 아예 타석에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며 전혀 주눅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3루 핫코너 수비도 이제는 최정상급으로 발전했다. 달려드는 대시가 느리다는 평이 있었지만 올해에는 보다 더 민첩한 움직임과 송구 동작으로 빈틈없는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이범호는 “수비는 야구의 기본이다. 못하면 욕 먹는다”고 말했다. 올해 한화 야구가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이범호의 3루 수비 안정감으로 예기치 못한 화를 잠재운 덕이 크다. 이범호는 1점을 더 내는 야구에도 적합하지만, 1점을 막는 야구에도 적합하다. 이범호는 “수비를 잘한다는 칭찬이 제일 좋다”며 수비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범호는 “전반기를 잘 마친 만큼 휴식기 동안 몸을 잘 추슬러서 후반기에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반기 동안 의외로 이범호는 철인답지 않게 몸이 아픈 경우가 많았다. 이어 이범호는 “타율도 더 올리고 홈런도 더 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이제는 목표를 4년 만의 3할 타율과 함께 5년 연속 20홈런으로 늘렸다. 이범호는 “후반기에도 재미있는 야구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자신했다. 한화팬들도 그런 이범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범호가 꽃이라면 한화팬들은 나비다. 꽃 없이는 나비도 없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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