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속' 쿠바, 드러난 힘은 기본기
OSEN 기자
발행 2008.08.02 08: 51

[OSEN=이상학 객원기자] 빨간 바지와 파란 헬멧의 어색한 조합처럼 ‘아마 최강’ 쿠바 야구대표팀은 한국야구에도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다. 지난 1일 한화 2군과의 연습경기를 위해 대전구장을 찾은 쿠바 선수단은 특유의 체조로 경기 전 몸을 풀었다. 이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포스가 넘친다”고 말했다. 경기 전후로 망명을 대비해 경호원들이 선수단을 철저하게 지켰고 경기 중에는 사진촬영 금지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쿠바는 한화 2군에게 6-2로 승리했다. LG 2군에 1점차로 패하고 두산 2군에 1점차로 승리하는 등 불안한 행보를 보였던 쿠바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딱딱 맞아떨어진 투타 밸런스를 바탕으로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타선은 집중타로 필요할 때마다 득점을 따냈고 마운드도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한화 타자들의 방망이를 농락했다. 하지만 쿠바에게서 가장 돋보인 것은 탄탄한 기본기였다. 빈틈없는 수비와 베이스러닝이 바로 그것이었다. 국가대표 투수 출신인 한화 홍보팀 김장백 씨는 쿠바에 대해 “선수들이 굉장히 유연하다. 몸이 부드럽고 어깨도 강하다. 타격·투수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수비력에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체질적으로 유연하고 부드러워 수비에서도 송구가 특이하지만 안정적이다. 공을 2개씩 핸들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글러브질이 좋다. 수비에서 실책이 없고, 안정적이다. 그래서 강한 팀이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쿠바는 물샐틈 없는 수비력으로 한화의 득점루트를 봉쇄했다. 이날 쿠바 선발투수 루이스 미겔 로드리게스는 6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막고 선발승을 따냈다. 아웃카운트 18개 중 10개를 땅볼로 처리했는데 내야수들 수비가 워낙 좋았다. 특히 유격수로 출장한 에두아르도 파레트는 던질 수 없는 각도에서도 정확하게 송구하는 수비력을 과시했다. 경기를 지켜본 김정무 한화 스카우트 팀장은 “수비는 오히려 메이저리그보다도 낫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베테랑 포수 아리엘 페스타노도 2차례나 정확한 2루 송구로 도루를 저지하는 강견을 보여줬다. 수비뿐만이 아니었다. 주루플레이로 한 베이스씩 더 전진하는 능력도 꽤 돋보였다. 6회초 1사 1·2루에서 프레드리히 세페다가 우중간을 꿰뚫는 타구(3루타)를 날리자 1루 주자 알렉산더 마예타가 성큼성큼 홈까지 질주하며 손쉽게 득점했다. 7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온 파레트가 안타로 출루한 뒤 지오르비스 두베르겔의 좌익선상 2루타 때 단숨에 홈까지 내달려 득점할 정도였다. 1번 타자 두베르겔도 연습경기 동안 뛰어난 베이스러닝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베이스러닝은 촉진룰 도입에 따른 승부치기에도 유리할 전망이다. 실제로 쿠바는 남해에서도 온종일 견제구만 연습할 정도로 승부치기에도 적잖은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9회말 등판한 쿠바리그 통산 다승 1위 페드로 라소는 최고 150km 강속구로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다 삼진으로 잡은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2사 후 안타를 허용한 뒤 날카로운 1루 견제구로 위력을 떨쳤다. 그 전에 등판한 비초안드리 오델린까지 불펜 투수들이 유독 많은 견제구를 뿌리며 주자를 묶는 데 주력했다. 쿠바와 연습경기를 치른 국내 2군 팀들은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연습경기에서부터 100% 전력을 보여주는 팀은 어디에도 없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안토니오 파체코 쿠바 감독은 “원래 한국야구가 실력이 좋고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우리가 한국에 두 차례 패한 일본과 결승에서 붙었는데 한국과 결승전을 하지 못한 것은 섭섭한 일이었다”며 “쿠바는 언제나 승리를 위해 뛴다. 한국 야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쿠바는 오는 5~6일 이틀간 잠실구장에서 한국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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