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로 많은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는 처음이라서요"
페넌트레이스 1위 팀을 이끄는 당당한 에이스였지만 야구장 밖에서의 모습은 소년 그 자체였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좌완 3인방 중 한 축을 이루는 김광현(20. SK 와이번스)이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광현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 2층 샤모니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서 "선수단 막내인만큼 열심히 잘 하겠다"라며 정석적이면서도 짧은 답변을 내놓았다. 간담회를 주최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는 김광현의 무미건조한 답변에 "조금 더 강한 발언을 하는 것은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김광현은 "카메라가 이렇게 많은 데서 인터뷰 하기는 처음이라서요. 말을 제대로 못하겠습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11승 4패 방어율 2.94(2일 현재)를 기록하며 SK의 1선발로 발군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동시에 큰 경기서 당당한 모습으로 호투를 펼치던 김광현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안산공고 시절 부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았던 김광현은 지난 2006년 쿠바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서 한국에 6년 만의 우승을 가져다 준 좌완 에이스였다. 지난 시즌 초반 불안한 릴리스 포인트로 인해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3승 7패 방어율 3.62를 기록했던 김광현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7⅓이닝 무실점), 코나미컵 주니치전(6⅔이닝 1실점)등 큰 경기서 주눅들지 않고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야구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소속팀 사령탑 김성근 SK 감독은 "아직도 와인드업 시와 셋포지션시의 릴리스 포인트가 다르다. 공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라며 "류현진(21. 한화)에게는 그러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김광현은 아직 더 기량을 연마해야 한다"라는 말로 김광현이 현재 성적에 우쭐한 모습을 보이지 않길 기대했다.
간담회 초반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김광현은 인터뷰 끝자락서 "올림픽 메달도 따고 SK의 2연패에도 보탬이 되어야 하는 등 올시즌에는 두 가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올림픽서 좋은 활약을 펼친 후 시즌 재개 후에도 많은 기회를 얻고 싶다"라며 자신의 목표를 감추지 않았다.
수줍은 모습 뒤로 '승부사'의 모습을 숨기고 있는 20세 에이스 김광현. 베이징서 그가 펼칠 활약에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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