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의 얼짱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을 시도한 남규리(23). 공포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이하 고사)로 스크린 데뷔를 한 그를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남규리는 8월 6일 개봉하는 영화 ‘고사’에서 의리파 여고생 이나 역을 맡았다. 핏빛 공포가 드리워진 학교에서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그 공포의 실체를 파헤치는 인물이다. 남규리는 시사회 이후 첫 스크린 도전을 무난히 잘 소화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녀리고 깜찍한 외모로 더 호평을 받았던 얼짱 남규리는 영화 속에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친구와의 우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두려움도 불사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감정 신에서 많이 편집 돼서 아쉬운 점이 있어요
- 시사회를 통해서 본 자신의 연기는 어땠는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가 5년이 됐다. 영화 속에서 고등학생처럼 연기를 한 것 같아서 그건 좋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관객들이 그 인물에 몰입이 안되면 영화가 전하는 느낌을 갖지 못하니까 그런 면이 잘 나온 것 같아서 좋다. 감정 신에서 많이 편집된 부분들이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콧물이 쭉 나오면서 울었던 장면이 있는데 편집됐다(웃음).
- 우정과 의리를 중요시하는 여고생 이나 역을 맡았다. 자신의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더 중요시 하는 인물이다.
이나는 모든 사람들을 포용해주는 캐릭터다. 엄마를 잃은 아픔이 있는 애라서 더 이상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학교 내에서는 시시콜콜한 욕심을 갖지 않는 학생이기도 하다.
- 마지막 죽음의 공포가 코 앞에 와 있는 상황에서의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의자에 묶여 있는 상태로 바닥에 떨어져서 골반과 팔목이 다쳤다. 리얼하게 하다 보니까 더 사실적으로 나온 것 같다. 감정이 극에 달했던 것 같다. 거의 마지막 보충촬영을 해서 찍었는데 그때의 감정은 정말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예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잘 못해서 그렇습니다
-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혼자 예쁜 척 한다는 악플이 많다.
사실 예능프로그램이 성격상 안 맞는다. 많은 게스트들과 함께 하는 방송에서 자기가 돋보이려고 노력하고 튀어야 살 수 있는 자리인데 저는 그런 싸움을 못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고 말도 못해서 그냥 웃고라도 있었던 것이다.
제가 끼여 들지도 못하고 목소리도 체구도 작아서 가만히 있으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스타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웃는 커트들이 많이 쓰여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 예쁜 척하려고 그렇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제가 잘 하지 못하고 웃는 표정들만 나가서 그렇게 오해하시는 것 같다.
‘인형 같다’는 말은 싫어요. 인간미가 없어 보여요
- 실제 보니 정말 체구가 작고 목소리도 작다. 사람들이 ‘인형 같다’는 말을 많이 할 것 같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그런 말이 너무 싫다. 그렇게 말을 붙여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그런 것이 오래 되다 보니 제가 사람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 인간미가 없다고 느껴진다. 저는 가족들 많은 집에서 자라서 가족애도 돈독한 성격인데 외동딸 막내딸 그렇게 포장돼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렇지 않다. 저도 남들과 다를 바 없다. 똑같은 사람이고 길거리 떡볶이와 순대도 좋아하고 분식을 좋아하는 그런 20대 여자다. ‘인형 같다’는 말은 너무 정형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다.
- 유독 남자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제가 친근해 보여서 좋아하시는 것 같다. 제가 특별히 글래머러스 한 것도 아니고 특별히 키가 큰 것도 아닌데 좋아해주시는 것을 보면 옆집 동생 같은 느낌 때문에 좋아하시는 것 같다. 촬영장에서 한 스태프가 ‘외국 아역배우 다코타 패닝 같은 해맑음을 닮아서 남자들이 주변에서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은 있었다. 그 말은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친근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화를 낸 적이 없어요. 화가 났는지 모를 때도 많습니다
- 실제 성격이 너무 조용조용한 것 같다.
제가 그렇게 떠드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만 있고 그러지는 않는다. 조용한 것은 목소리 톤과 외모적인 느낌이 조용한 것이고 실제로도 발랄할 때는 발랄하고 진지할 때는 진지하다.
- 화가 나도 화를 안 낼 것 같다.
화를 내야 할 때는 내야 한다고 하는데 화를 안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를 낸 적이 없다. 어느 날 아파서 병원에 가면 스트레스성이라고 한다. 무슨 스트레스지 그러면 화를 안내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했다. ‘화가 났는지 안 났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에게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그리고 화가 났을 때는 음식을 섭취하지 말라고 했는데 음식을 먹어 체하는 경우가 많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는지
그냥 웃는다. 재미가 없는데도 웃는다. 그렇게 웃다 보면 또 그런 상황이 웃기고 그럼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렇다.
씨야가 있고 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늘 생각해요
- 씨야 멤버들과 잘 지내는지
동생들이 저한테 잘하고 동생들이 잘 따른다. 굉장히 돈독하다. 저도 화를 안 내는 성격이라 동생들한테 한번도 화낸 적이 없다. 늘 친구같이 대하고 동생들도 저를 친구같이 언니같이 대한다. 멤버들이 다 착하다. 또한 씨야가 있고 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늘 생각한다.
연기나 노래를 둘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가수와 배우의 경계에 서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되는가 연기에만 전념할 생각인가.
지금 당장 생각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좀더 연기도 해보고 노래도 해보고 난 후에 차후에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노래와 연기를 둘 다 버리고 싶지는 않다. 외국 배우들은 가수를 하면서 배우도 하고 그러는데 저도 둘 다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기나 노래를 둘 다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고사: 피의 중간고사’로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했다. 어떤 각오로 임했는지
영화는 튀는 느낌이 심해서 정말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자 만들어진 연기를 하지 말자고 늘 되새겼다. 캐릭터를 이해하되 저만의 색을 보여주는 그런 연기를 하자도 생각했다. 또한 정이 가는 캐릭터이고 싶었다. 동생 같기도 하고 친구 같은 그런 인물이 되고 싶었다.
무대에서는 화려하게 연기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앞으로 배우로서의 포부는
저는 연기를 꾸준히 할 생각이다. 다음 연기 때는 호흡을 길게 가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는 급하게 빨리 찍었다. 물론 제게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빠른 시간 내에 집중력을 최고로 발휘한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좀더 많이 고민하고 연기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상태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무대에서는 화려한 모습만 많이 보여드렸으니 연기로는 소박한 모습이나 인간적인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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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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