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중심타자는 감독에게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 특히 이승엽(32. 요미우리)처럼 기량과 경험을 모두 갖춘 타자라면 감독의 믿음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김경문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감독은 이승엽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며 메달 획득을 향한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김 감독은 2일 첫 실전 훈련이 예정된 잠실 구장서 '4번 타자 이승엽'에 대해 언급하며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때 만큼 컨디션이 올라온 듯한 모습이었다. 올림픽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승엽은 지난 1999년 시드니 올림픽 야구 아시아 예선을 겸한 아시아 야구 선수권 이후 줄곧 대표팀의 주포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서도 마쓰자카 다이스케(28. 보스턴)로부터 결승 투런을 때려내며 일본에 예선리그 패배를 안겼던 이승엽은 동메달이 걸려 있던 3~4위 전서도 2타점 결승 2루타로 3-1 승리를 이끌어냈다. WBC서도 이승엽은 아시아 예선(1라운드) 일본전서 좌완 이시이 히로토시(31. 야쿠르트)를 상대로 역전 결승 투런을 작렬하며 한국의 예선 3전 전승을 이끌었다. 본선서도 미국이 자랑했던 좌완 에이스 돈트렐 윌리스(27. 디트로이트)로 부터 홈런을 때려내는 등 그동안 이승엽이 보여 준 국제대회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기량 외에도 경험이 중시되는 국제대회를 앞둔 김 감독에게 이승엽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이승엽의 올림픽 참가가 불확실했던 때도 김 감독은 "올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승엽의 대표팀 차출이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만약 참가할 수 있다면 믿음직한 동시에 고마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2군서 기량을 가다듬는 데 힘쓰던 이승엽은 팀 내 입지가 극히 좁아질 수도 있던 상황서 장고 끝에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이승엽은 지난 7월 12일 야쿠르트와 2군 경기를 마친 후 "1군에서 활약하고 있으면 (올림픽에) 나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2군에 있는) 상태로는 올림픽 출전을 못하겠다고 말 할 수 없었다"라며 "한국의 국민이나 후배에게도 힘을 주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에 있다"라는 말로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이승엽이 4번 타순에 서게 되면서 대표팀이 우-좌-우로 이어지는 지그재그 중심 타선을 구축할 가능성 또한 커졌다. 고려대 시절부터 일본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김동주(32. 두산)의 팔꿈치 부상 회복 여부가 달려 있으나 일본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이승엽과 휴식기 직전 최근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대호(26. 롯데)가 절호조의 컨디션을 보여준다면 이는 대표팀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김 감독은 이승엽의 합류에 단순히 기량 만을 기대한 것이 아니다. 김 감독은 이전부터 "경험이 많은 이승엽은 젊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되는 동시에 좋은 선배의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혀 왔다. 그동안 투철한 책임감을 발휘하며 대표팀의 주포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승엽의 존재감에도 큰 기대를 걸었던 김 감독이었다. 2008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제쳐 두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승엽과 그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는 김경문 감독. 두 남자의 만남이 베이징 올림픽서 어떤 효과를 가져다 줄 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