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의 장점은 지칠줄 모르는 실험정신과 그 시도에 있다. 방송 초반 시청률 한 자릿수에서 무모한 도전을 계속했을 때나, 예능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지금에나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무한도전'은 올 여름들어 인기 영화의 패러디를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접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한 돈가방 편이 방송된 데 이어 이번 주말에는 공포영화 '28주후'를 본따 납량특집을 내보냈다. 지상파 TV 예능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김태호 PD는 파격적이란 점에서 일관성을 갖고 연출에 나선다. 이번 리얼 버라이어티와 영화 패러디의 접목도 다른 예능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을 연속해서 벌였다. 주어진 시나리오대로 줄거리 진행에 상관없이 장면 장면을 촬영해 나가는 영화는 모든 게 감독의 손가락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 의외의 변수란, 촬영을 방해하는 천재지변이나 배우의 부상 정도일 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란, 주어진 설정하에서 출연 멤버들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움직이며 개인기를 펼쳐 시청자 속으로 빠져드는 TV 예능의 한 방식이다. 여러명 방송작가가 매달려 대본을 쓰지만 PD가 미처 의도하지못한 흐름이 이어질 때도 많고, 이같은 돌발성이 더 큰 재미와 웃음을 안겨주곤 한다. 결국 영화와 리얼 버라이어티 사이에는 넘기 힘든 산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이 위험 부담을 안고서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포맷을 내놓고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차별화를 노렸다. 실험과 도전을 강조하는 '무한도전'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험에는 당연히 무수한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처음 상상불허의 무모한 도전들을 벌이기 시작했을 때도 성공 가능성은 늘 깨알처럼 작았고 바늘귀마냥 좁았다. 이번 주 '28년후' 납량특집이 전형적인 예다. 큰 돈을 들인 대규모 납량특집임에도 사실상 각본없는 미션 수행을 노렸다가 돌발상황으로 방송 시간을 채울 분량조차 건지지 못했다. 분노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좀비로 변해있는 세상, 무한도전 멤버들은 좀비들을 뚫고 나가 백신을 찾아야 한다는 줄거리. 영화 '28주후' 속 주인공과 달리 '무한도전' 멤버들은 뚜렷한 지침없이 자신들의 임기응변으로 돌파구를 찾아야하는 상황. '무한도전' 제작진은 심혈을 기울여 최소한의 방송 시간을 지키고 웃음을 유발할만한 진행 코스를 준비했지만 박명수의 돌발 행동 하나로 모든 게 틀어졌다. 결론은 '28분후' 상황이 종료되고 미션은 실패. 시청자 반응은 '재밌다' '과감한 도전이 좋았다' 등의 호평과 '어처구니없이 빨리 끝나 허무했다'는 아쉬움으로 갈렸다. 그러나 '무한도전' 입장에서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석에 충실한 사실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영화 패러디에 대한 노하우를 한번 더 쌓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도전이었을 게 틀림없다. mcgwire@osen.co.kr '무한도전' 방송 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