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제구하며 땅볼을 유도해야죠" '승부치기'의 영향은 계투진에만 미친 것이 아니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서 선발 요원으로 활약할 예정인 류현진(21. 한화 이글스) 또한 그에 대한 대책을 머리 속에 그려넣고 있었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잠실 구장에서 가진 첫 합동 훈련을 앞두고 승부치기에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승부치기는 연장 10회초부터 무사 1,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 및 수비를 시작하는 일종의 경기 진행 '촉진룰'이다. 선발 투수로 나설 류현진에게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기에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질문이 던져졌다. 그에 대해 류현진은 "일단 당혹스럽다"라고 이야기한 뒤 "일단 시행이 결정됐으니 만일을 대비해 염두에 두고 있다. 공을 낮게 제구하며 상대 타자들을 범타로 잡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승부치기의 첫 도입으로 인해 많은 투수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 또한 승부치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고 있었다. 호시노 감독은 1일 와 가진 인터뷰서 "선발 요원인 가와카미 겐신(33. 주니치)을 승부치기와 같은 위급 상황시 기용할 예정이다. 실력은 물론이고 강한 정신력까지 갖춘 가와카미는 승부치기 상황서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투수다"라고 이야기했다. 가와카미는 일본 무대서 컷 패스트볼 구사력이 가장 뛰어난 투수로 알려져 있다.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우에하라 고지(32. 요미우리), 좌완 스기우치 도시야(28. 소프트뱅크) 등 또한 탁월한 컷 패스트볼 구사력을 갖추고 있다. 컷 패스트볼은 상대적으로 빠르고 작은 움직임으로 배트 중심을 피해가는 동시에 많은 내야 땅볼을 양산할 수 있어 이것이 병살타로 이어질 경우 무사 1,2루의 위기를 2사 3루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류현진 또한 구대성(39. 한화)으로부터 사사받은 서클 체인지업의 구사력이 좋은 투수다. 서클 체인지업은 완급 조절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반시계 방향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지닌 변화구다. 속도가 떨어지면서 배트와 마찰 시 반발력을 기대할 가능성도 크지 않기 때문에 서클 체인지업 또한 상대로부터 범타를 양산해낼 수 있다. 여기에 류현진은 과거 선동렬(현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비슷한 '떨어지는 슬라이더'까지 갖춘 투수로 타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투수다. 직구 스피드를 회복한다면 계투로 나서는 정대현(30. SK), 오승환(26. 삼성)등의 조기 투입으로 계투 요원이 없을 시에도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투수다. 좌완 선발 류현진이 연장전서 등판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그날 그날 컨디션을 살펴본 뒤 선발 투수를 정할 예정이다. 승부처서는 투수들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현진만이 아닌 다른 선발 요원들 또한 연장전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승부치기에 대해 각 팀들은 저마다 대비책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낮은 제구로 땅볼을 유도해내지 못한다면 대비책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 또한 크다. 각 팀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승부치기'가 한국 대표팀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류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