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눈가리고 아웅' 넥슨의 촌극
OSEN 기자
발행 2008.08.04 10: 15

방송시간은 한 시간 반에 불과한데 녹화시간은 5시간에 가깝다면. 사전에 전혀 조율되지 않았던 문제로 지연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넘겨야 할까.
책임 여부를 떠나서 영문도 모르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에게 사정을 모르는 지연과 미숙한 경기 운영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것이다.
지난 달 31일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는 '카스온라인 FPS 대전' 4강전 이스트로와 루나틱하이의 열렸다. 녹화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경기는 루나틱하이와 이스트로가 팽팽하게 한 세트씩를 가져간 뒤 진행된 연장전서 오후 7시 48분경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서비스사인 넥슨사의 홈페이지가 중계화면에 뜨면서 10초 이내에 전 선수의 컴퓨터가 다운됐다. 갑작스러운 다운에 경기는 40분 가까이 지연됐다.
까닭모를 경기 중단에 영문을 모르는 선수들과 방송국 관계자는 우왕좌왕하다가 31일 패치가 있었던 카스온라인에서 작은 문제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다는 것 정도만 알고 오후 8시 27분 정도에 경기가 속개됐다.
겉으로 나타난 취지만 보자면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대한 오류로 사전 연락없이 서버를 다운시켰다.
넥슨 역시 긴급점검 이후 '조금 전 저녁 7시 50분 경에 실시한 긴급 서버점검 직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점검 작업은 공지한 바대로 30초 내에 이루어졌으나 직후 곧바로 많은 분들이 동시에 재접속을 시도하면서 홈페이지나 클라이언트를 정상적으로 실행하지 못하신 분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저희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아껴 주시는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운영진을 대표해 송구스러운 사과 말씀 드립니다. 현재 정상적으로 게임 이용이 가능하오니 여러분의 많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공지로 설명을 대신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속셈이 있었다. 넥슨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은 부문 유료화 게임. 부문 유료화 게임이라 함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아이템을 구입하는것이 어찌보면 게임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현금 3000원에 판매되는 아이템이 1원에 판매되면서 긴급 재부팅을 결정했던 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무려 2999원의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넥슨 운영팀의 발상이다. 녹화방송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현장에는 관객들도 있고 자사의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있다. 제작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방송국 관계자들도 있다.
녹화방송이라면 최소한 3분이나 5분 전에 충분히 연락을 취한 상태서 원활할게 진행할 수 도 있는 문제였다. 전혀 의사소통 없이 진행된 긴급 점검에 현장 분위기는 바로 엉망이 됐고, 3분이면 재점검이 끝난다는 넥슨의 공지와 달리 카스온라인 홈페이지는 유저들이 갑자기 다시 몰리면서 10분 이상 먹통이 됐다.
한가지 코미디를 더 얘기한다면 넥슨측 관계자는 '이 경기는 녹화 방송이기 때문에 결과가 먼저 공지되면 안된다'는 말로 사태를 진정시키기 급급했다. 코미디의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이외에 '국산 e스포츠 활성화'라는 취지로 각종 대회가 열고 있다. 넥슨을 살펴보면 카스와 카트라이더 등 자사 서비스 게임으로 활발한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다.
기왕 여는 대회, 조금 더 매끄럽게 운영을 하면 좋지 않았을까는 생각을 한다. 한치 앞도 제대로 못내다보고 막무가내식 '눈 가리고 아웅' 방식은 아닌 것 같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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