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별 욕심이 없었어요".
홈런레이스를 통해 '미스터 올스타' 이대호(26, 롯데)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박재홍(35, SK)의 솔직한 고백이다.
박재홍은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앞서 열린 홈런레이스에서 김태균(한화)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통산 세 번째 홈런레이스 정상 등극이었다.
덕분에 박재홍은 5회말이 끝난 후 열린 'G마켓 월드 홈런레이스'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쿠바, 네덜란드 타자들이 1명씩 출전했지만 어차피 특별 이벤트였고 최하위를 한다해도 상금 1000달러를 받을 수 있어 부담은 없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예선에서 홈런 1개에 불과했던 샤놀 아드리아나(네덜란드)가 무려 7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것이다. 관중석은 연신 터져나오는 홈런에 탄성이 터졌다. 분위기는 전광판을 통해 마지막 주자 박재홍의 얼굴을 잠깐씩 비쳐줄 때마다 관중석에서 '박재홍'을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더욱 고조돼갔다. 다음 나온 요즈바니 페라사(쿠바)가 1개 홈런을 치는데 그쳤지만 이미 박재홍의 마음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박재홍은 "처음에는 올스타전 본래 취지에 맞게 단순히 즐겨보자는 마음이었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창피만 덜자'는 생각이었다"며 "홈런 3개를 친 후 태균이를 이긴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마음이 바뀌었다. 박재홍은 "네덜란드 선수가 나오자마자 뻥뻥 홈런을 쳐대는데. 그렇게 많이 칠 줄 몰랐다"며 "그 때부터 순간 스스로 '이건 단순히 즐길 문제가 아니다. 국가경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또 박재홍은 "어디선가 '역시 쿠바구나'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못하면 역시 외국선수에 비해 한국 선수는 힘에서 안된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았다. 그 바람에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재홍은 4개의 홈런을 연속해서 치는 등 아드리아나와 동률을 이룬 후 서든데스로 진행된 연장전 두 번째 기회에서 좌측 담장 넘어가는 짜릿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1996년 현대에 입단, 어느새 13년차 베테랑이 된 박재홍이다. 하지만 청소년대표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15년 이상을 해외 선수와 경쟁했던 승부욕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동이 걸렸다. 이번 올스타전은 SK 유니폼을 입은 '리틀 쿠바'의 명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준 축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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