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은, "마지막 올림픽을 향해 달린다"
OSEN 기자
발행 2008.08.04 15: 51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한테도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서 남고 싶습니다. 전 대표팀의 주장이니까요”. 지난 2일과 3일 안산 감골체육관에서 열린 탁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오상은(31, KT&G)의 표정은 어두웠다. 베이징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어진 강행군과 부상이 원인이었다. 어깨 수술을 받은 전력에 골반에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라켓을 놓지 않는 오상은의 눈빛에는 어떤 결의가 서려 있었다. 오상은은 그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이력만큼 한국 탁구를 대표하는 인물. 한때 세계랭킹 6위에 올랐던 그는 큰 키와 긴 팔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백핸드 드라이브에 정교한 네트 플레이로 세계를 주름잡았다. 어느새 30살이 훌쩍 넘은 오상은은 노장의 자존심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오상은의 바람대로 흘러가기엔 세상사가 만만치 않다. 기술이야 베테랑인 그에게 문제가 있을 리 없지만 몸 상태만큼은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유남규 코치는 “오상은의 골반 문제가 2006년부터 이어진 고질적인 부상”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고참일 뿐만 아니라 이미 자신을 잘 통제하고 이끌어가는 선수인 만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매단 그에게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오상은은 “내가 빨리 회복해야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다. 나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미 두 아이를 둔 가장이다. 아버지를 최고로 여기는 아이들 앞에서 그는 결코 부상이란 늪에서 무릎 꿇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런 각오 때문일까? 2일 상비군과 평가전에서 복식, 단식 모두 패하며 고개를 숙였던 오상은은 3일 평가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대표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여전한 듯했다. “분명히 어제보다는 오늘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로는 안됩니다. 제 특기인 짧은 볼 처리에 백핸드 드라이브까지 터져 나와야 올림픽에서 강자들에게 이길 수 있습니다. 오늘까지는 어깨에 신경을 쓰며 자제했지만 이제는 정말 모든 걸 걸고 달려볼 겁니다”. 오상은의 눈은 이미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있었다. 그에게 목표를 물었다. 쑥스러운 듯 대답을 저어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을 만나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개인전이야 단체전에서 잘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오상은의 소망은 한 가지라고 했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뛰어 넘는 후배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은퇴를 앞둔 그의 의지였다. 오늘도 오상은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31살의 노장 오상은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은 이렇게 여물고 있다. stylelomo@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