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는 국내 스타들 가운데 연기폭이 가장 넓은 배우로 꼽힌다. 코미디로 시작해 액션, 멜로, 드라마를 두루 섭렵하더니 올 여름에는 드디어 공포물로까지 손을 뻗쳤다. 그를 움직이는 모티브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사람에 대한 의리다. 연기와 예능의 구분없이 인기만을 쫓거나 자주 안면을 바꾸는 경박함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요즘 일부 스타와는 다른 모습이다. 오랜 무명 시절의 고생을 밑거름 삼았다. 영화 배우로 데뷔한 뒤 10여년 동안 그는 단역부터 시작해 조연, 주연급, 주연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사소한 배역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열정은 스타의 위치를 굳건히 한 지금도 식지않고 있다. 오히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는 중이다. 이범수는 무려 5편의 영화를 찍을 정도로 잘 나갔던 2006년을 보내며 인생에서 두 번째 목표를 세웠다. 영화배우로서 성공하자는 게 첫 번째였다면 둘째는 호감가고 매력 있는 스타가 되자는 것이었다. "연기 잘한다고 칭찬은 듣는데 인기는 안따라줬다. 매력이 부족하고 호감을 못얻기 때문이었던거다"라고 냉철히 자아비판을 한 그는 자기만의 매력을 찾기 위해 그는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 하루 1시간씩 웨이트를 하고 두 시간씩 러닝머신을 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범수의 얼굴과 몸은 2006년 말을 경계로 확실히 달라졌다. 둥글둥글 코믹 연기('오브라더스')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짝패"), 부드럽고 감동적인 멜로('안녕 UFO')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혔던 천의 얼굴에서 윤곽이 또렷하게 잡힌 매력남 장기준 대표('온에어')로 변신하게 된 계기다. 그는 이제 몸짱 스타다. 웬만한 스타는 소 닭보듯 한다는 강남 한복판 여학생들의 입에서 악 소리를 내게 하는 젊은 오빠로 사랑받고 있다. 그런 그가 숱한 캐스팅 제의를 뒤로 하고 '온에어' 뒤의 첫 작품으로 공포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를 선택한 이유는? 역시 인연과 약속을 중시한 결과다. '고사'의 창 감독과 수년전 뮤직비디오 출연 당시, "감독 데뷔 영화에 꼭 출연하겠다"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고 요즘 "연기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단언하며 "한번 맺올 여름 무더위를 싹 날려버릴 단 한 편의 한국영화 공포물 '고死: 피의 중간고사’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정면 대결 전략을 택했다. 2005년에도 그랬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출연 제의가 왔지만 절친한 친구인 장혁이 먼저 캐스팅됐다가 병역 문제로 취소됐던 사연 때문에 끝내 거절하고 말았다. 결국 이범수는 의리를 지키다보니 올 여름 막강한 상대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고사'는 당초 8월7일 개봉 예정이었던 것을 하루 앞당겨 '다크 나이트' '월-E' 등 막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동시에 막을 올린다. 한국영화로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님은 먼곳에', 외화로는 '미이라 3' 등이 앞서 관객 몰이를 하는 와중이라 한여름 극장가는 대작들로 뒤덮히는 셈이다. '고사'에 함께 출연한 남규리 윤정희 김범 등은 스크린 경험이 일천하다. 이범수가 총대를 매고 앞장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촬영을 할 때도 그랬지만, 막상 개봉을 앞두니 더욱 더 어깨가 무겁다. 책임감을 가지고 찍은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