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금빛 스매싱 후 화려한 은퇴' 꿈꾼다
OSEN 기자
발행 2008.08.05 14: 20

한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경험 때문일까?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등 어려운 상황이건만 얼굴에는 한 점의 동요도 찾아보기 힘들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도전자의 입장으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는 의지가 감돌 뿐이다.
아테네 올림픽 단식 우승자인 한국 남자탁구의 간판스타 유승민(26, 삼성생명)은 당당하게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봐 왔던 유남규 코치는 “솔직히 (유)승민이는 전성기를 조금 지났다. 이제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꺾었던 왕하오에게 당한 10연패가 그 증거다. 그러나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자세로 임하기에 승민의 도전은 더욱 무섭다”고 말하며 유승민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 "한국 탁구가 위기? 위기는 곧 기회"
대표팀은 지난 2일 태릉선수촌이 아닌 안산 감골체육관에서 땀을 흘리며 마지막 담금질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승민이 있었다. 상비군과 평가전에서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벌인 유승민은 고래를 절래 흔들며 “와, 오늘 쉽지 않네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대표팀은 접전 끝에 상비군에 패했다. 그러나 그리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오늘 공이 좀 안 맞네요. 훈련이 길어지다 보니 조금 지친 것이 사실입니다. 평가전은 중요하지 않아요. 오늘 경기를 복기하면서 제 문제가 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죠. 올림픽 앞두고 훈련이 좀 부족했어요. 전 회장님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바뀐 것도 있고요…”.
유승민의 말처럼 탁구협회는 올림픽을 앞두고 적지 않은 내홍으로 흔들렸다. 결국 천영석 전 회장이 물러나고 조양호 신임회장이 부임할 때까지 탁구협회는 베이징올림픽 준비보다는 힘싸움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탁구가 위기에 몰렸다고 했다. 그러나 유승민은 이들의 말에 단호히 부인했다.
“항상 한국 탁구는 위기를 말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항상 성적을 내고 있다는 거죠.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여겨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분명히 최근 일들은 호재는 아닙니다. 그래도 밖의 일은 밖의 일이고 선수는 선수의 일을 할 뿐입니다. 이제 제 선수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제 영광을 위해서라고요? 탁구의 부흥을 이끌고 싶어서 그래요. 한국 탁구를 프로화시키는 것에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후배들한테 좀 더 나은 여건에서 운동을 시켜주고 싶어요”.
▲ "미쳐야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중국"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무대가 무대이니만큼 중국 국민의 기대가 크다. 특히 중국의 국기라고 할 수 있는 탁구가 그렇다. 여기에 중국은 세계 랭킹 1, 2, 3위인 왕하오 마린 마롱을 출전시키며 그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유승민이라고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다.
“중국이요? 이 이야기 자주하다 보니 좀 지겹기도 한데 중국을 이기려면 미쳐야 되요. 실력 이상의 요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듣기에 좋은 이야기는 아니죠? 그런데 냉정하게 봐야 되요.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 최고의 선수들로 나섰어요.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앞선다는 게 중론입니다. 사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도 왕하오 선수가 컨디션이 별로였어요. 반대로 전 그 날이 최고였죠”.
그러나 유승민은 중국을 꺾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탁구는 기록경기가 아닌 대결의 스포츠고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은 없다고 했다. 여기에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오히려 중국 선수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완벽’하다고 칭송 받는 중국 탁구대표팀의 유일한 적은 ‘금메달이 아니면 만족하지 않는 중국 국민의 기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승민은 그 빈틈을 찌르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오상은, 윤재영 등 선후배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 화려한 은퇴를 꿈꾼다
최근 유승민은 화려한 은퇴를 꿈꾸고 있다. 여기서 화려한 은퇴란 국민의 박수 속에 라켓을 놓고 싶다는 의지다. 유승민이 내심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유승민은 최근 IOC선수위원 후보로 출마한 태권도의 문대성과 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나름대로 그 누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은퇴할 때는 탁구경기장에 관중이 꽉 찼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런던올림픽까지 뛸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이면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은퇴하고 싶습니다. (문)대성이 형이 가는 길, 저도 따라 가고 싶습니다. 저 욕심이 참 많죠? 그런데 제 욕심도 욕심이지만 후배들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님 같은 체육계 인사로 성장하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요? 참 그러고 보니 올림픽 기수는 한 번도 못했네요. 꼭 해보고 싶었는데...”.
stylelomo@osen.co.kr
윤민호 기자 ym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