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춘추전국시대, 방송의 꽃 피울까
OSEN 기자
발행 2008.08.06 07: 31

중국 역사 속에서 춘추전국시대는 어수선하고 변화가 많은 혼란기였다. 하지만 공자, 노자, 장자, 묵자 등 위대한 사상가들이 철학의 꽃을 피운 시기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방송은 예능의 춘추전국시대다. 방송의 꽃은 드라마였지만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대신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높은 제작비에도 광고가 붙지 않는다며 울상을 짖는다. 적자가 계속 되다 보니 출연료 미지급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잘 만든 대표 예능 프로그램은 광고 수입도 쏠쏠하고 그 파급 효과도 크다. 때문에 각 방송사는 예능 성공작 만들기에 혈안이다. 그 결과 월요일엔 토크쇼 배틀, 주말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월요일엔 토크쇼의 혈전이다. SBS ‘야심만만 시즌2’는 강호동을 주축으로 MC몽, 서인영, 윤종신, 전진, 김제동 등 예능 우량주들을 대거 투입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는 여전히 외국인 미녀들을 앞세워 화제를 뿌리고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역시 이하늘, 길(리쌍), 정시아 등 예능 새내기를 대거 투입해 신선함을 더했다. 토크쇼 위주의 예능 프로그램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해피투게더 시즌3’ ‘상상플러스 시즌2’ ‘사이다’ ‘샴페인’ ‘스타골든벨’ ‘황금어장’ ‘명랑히어로’ ‘세바퀴’ 등 무늬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토크쇼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SBS가 예능 부활을 노리며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가 ‘패밀리가 떴다’다. ‘일요일이 좋다’에서 ‘패밀리가 떴다’가 분리 독립 되면서 방송 3사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 13~14%의 비슷한 시청률로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MBC ‘무한도전’, KBS 2TV ‘1박 2일’, SBS ‘패밀리가 떴다’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방송되면서도 항상 비교 대상이 된다. 집단MC, 각본 없는 상황 연출, 비슷한 콘셉트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결혼했어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커플 만들기 프로그램이 발을 들여 놓으며 그야말로 춘추전국을 방불케 한다. 이렇게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이 아닌 ‘제 살 깍기’ 식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얼마전 ‘무한도전’ 김태호PD는 프로그램 제작의 어려움을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특히 고심하게 하는 문제가 아이템에 대한 경쟁이다. 김 PD는 “아이템도 무한도전이 하려던 걸 재빠르게 여러 프로그램에서 더 재미있게 해준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포맷으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아이템을 빨리 소화하지 않으면 다른 프로그램에서 빼앗긴다. 표절 논란이 계속 되는 것도 결국 아이템 계발의 한계를 증명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캐릭터의 성패 여부가 인기의 관건이다. 집단 MC 체제가 유행하면서 MC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유재석, 강호동뿐만 아니라 윤종신, 김제동, 서인영, MC몽 등 기본적으로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TV를 틀면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셈이다. 또 캐릭터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새 프로그램의 성격과 관계 없이 기존 캐릭터를 유지하기 쉽다. MC들의 조화도 힘들고 프로그램이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춘추전국을 방불케하지만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건전하고 재기 넘치는 경쟁이 아니다. 다양성이 줄어들고 프로그램 성격이 비슷해 지면서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다. miru@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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