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서태지 VS ‘인간’ 정현철, 그 사이 균형 잡기
OSEN 기자
발행 2008.08.07 01: 53

92년 이들이 등장했을 때 일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노래’라며 평가 자체를 일축했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젊음을 분출할 곳을 찾던 젊은이들은 이들의 음악에 열광했고 이후 이들은 한국의 음악사를 정리하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역사로 기록 된다.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특히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을 하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색을 구축해 나갔던 서태지(36)는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리며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서태지가 7집 이후 4년 7개월 만에 8집 싱글을 들고 돌아왔다. 사전 판매로 10만장을 팔아치우며 파괴력을 과시했다. 모습도 여전하다.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황금시간대에 ‘서태지 특집’을 마련할 정도로 그에 대한 파괴력과 상품성을 인정하고 관심을 표현했다. 서태지는 6일 방송된 ‘MBC 컴백 스페셜, 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서태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4년만이죠!”라는 그의 목소리는 16년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태지는 평소 자신의 팬임을 공공연히 밝혀 왔던 이준기와 지난 7월 말 경기도 화성에서 만나 충남 태안으로 이동해 안면도에 위치한 이산 언덕, 흥주사 등 경치 좋고 아름다운 곳에서 인터뷰를 했다. ‘가수’ 서태지 뿐만 아니라 ‘인간’ 정현철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태지는 ‘하루 평범하게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대중 목욕탕을 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어렸을 때 목욕탕에 갔던 기억이 따오른다. 뽀얀 수중기가 피어올랐었다. 서태지는 자유로운 ‘인간’ 정현철과 엄격한 ‘뮤지션’ 서태지를 이야기 했다. ‘정현철’‘서태지’는 한 사람이지만 어쩌면 철저하게 다른 두 사람일지도 몰랐다. 서태지는 “사람들은 서태지로서의 삶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정현철과 서태지가 때로는 대립하고 공존하면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음악을 놓지 않고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서태지와 평생 여행을 하면서 기력이 소진했을 때 죽음을 맞는, 그게 한국이라면, 부모님과 같은 장소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정현철이 늘 함께한다”고 밝혔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이유도 밝혔다. 서태지는 “성격이 내성적이다. 밖에 나가서 놀고 그러는 것을 안 좋아한다. 음악 활동 하면서도 예능 프로그램에도 잘 안나가게 된다. 가수로서 해야되는, 음반을 내고 공연하고 다음 음반 준비하고 기본 활동만 할 뿐인데 그런 기본적인 활동이 신비주의 이미지를 만든 것 아닌가 싶다”는 대답을 내놨다. 이날 방송에서는 칠레에서 진행 됐던 타이틀곡 ‘모아이’ 촬영 장면과 뮤직비디오 완성본도 최초 공개 됐다. 서태지는 원래 못 먹는 것 없이 다 잘 먹는 편이라 칠레에서도 모든 음식을 다 잘 먹었다고 했다. 탈도 잘 나지 않는다. 다만 한국에서 28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스터섬에 가 밖에서 면도 하고 400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사막에서 촬영하다보니 살이 계속 트고, 고산병에 걸려 기진맥진하고 그런 적은 있었다. 하지만 10년전 고생을 해서 촬영했던 ‘필승’ 뮤직비디오가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행복한 추억이듯 이때의 어려웠던 기억도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다. “어떨 때는 세수도 잘 안 한다. 방송에서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작업에 열중할 때는 일주일에 세수를 한 번도 안 한 적도 있다. 머리를 감는 날이 세수하는 날이었다. 안 씻으면 피부가 더 좋아진다더라. 원래 작품 할 때는 안 씻어야 멋있다”라고 말하는 서태지. ‘뮤지션’ 서태지는 늘 독창적이고 지칠 줄 모르며 재능에 노력을 덧입혀 한국 가요계에 확고히 자리매김한 사람이다. 때때로 보이는 ‘인간’ 정현철은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개그맨이 나오면 그가 하는 춤을 따라추기도 하고 재미없는 농담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해 보이는, 그래서 그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 귀여운 남자이기도 하다. ‘인간’ 정현철을 자주 볼 수 없어 늘 아쉽지만 팬들은 ‘뮤지션’ 서태지의 이면에 나름의 빛을 발하고 있는 ‘인간’ 정현철에게도 따뜻한 애정을 보낸다. ‘인간’ 정현철이 ‘뮤지션’ 서태지를 오랫동안 굳건히 지켜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happ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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