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무리투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평가전을 모두 소화하며 장도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마무리투수였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더블 스토퍼로 구상한 오승환(삼성)과 한기주(KIA)가 나란히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오승환은 쿠바와의 첫 평가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피홈런 2개 포함 4피안타 4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한기주도 2경기에서 2⅔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일말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국제대회에서는 에이스의 역할이 가장 강조된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박찬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구대성,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재응은 각 대회에서 에이스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 투수들이었다. 박찬호와 구대성은 결승전과 3·4위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완투승을 거두며 마무리 역할까지 해냈다. 특히 구대성은 시드니 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을 맞아 9이닝 동안 155구를 뿌리며 5피안타 11탈삼진 1실점으로 국제대회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펼쳤다. 하지만 WBC처럼 투구수 제한으로 완투가 성립할 수 없는 대회에서는 마무리투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WBC에서 박찬호는 마무리투수로 등판한 3경기에서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3세이브를 거두는 위력을 발휘했다. 박찬호와 함께 오승환도 4경기에 구원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1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1·2차전에서는 정대현이 위력을 발휘했다. 1·2차 예선 도합 4경기에서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 2개를 건져냈다. 2세이브 모두 난적 대만을 상대로 적지에서 따낸 세이브였다. 반대로 마무리투수들의 부진으로 고생한 대회도 있었다.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겸했던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었다.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대회 직전 합류한 조웅천이 1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무너지며 연장 10회 끝에 패했고 결국 아테네 올림픽행도 좌절됐다. 9회말 무사 1·2루 위기에서 등판했으나 연속 안타를 맞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간 조웅천은 연장 10회말에도 안타 1개와 볼넷 2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3루수 키를 원바운드로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배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도 오승환이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맞는 치욕을 당한 바 있다. 류현진·김광현 등 젊은 에이스들이 있지만 구대성처럼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확실한 베테랑 에이스가 없다는 점에서 마무리투수의 역할과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마무리투수로 기용됐던 임창용이 블론세이브를 하나 저질렀고, 진필중도 미국과의 예선에서 결승 만루홈런을 맞는 등 방어율 10.13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구대성·박석진 등 전천후 투수들이 활약하며 마무리투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발로도 뛴 박석진은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구원패했는데 전문 마무리투수의 필요성을 실감한 대목이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일단 오승환과 한기주의 더블 스토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승환에 대해 “1점 정도를 줬으면 괜찮았는데 4실점해 솔직히 걱정된다”고 평했다. 하지만 한기주가 결과를 떠나 대담성을 잃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대현도 쿠바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등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 그래도 고무적이다. 과연 대표팀이 마무리투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선발투수들이 구대성처럼 활약하지 못하면, 풀리그로 펼쳐지는 올림픽 특성상 마무리투수의 역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