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김수현 극본)가 주부들의 공감을 얻으며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52회에서는 독립 선언을 한 한자(김혜자 분)가 큰딸 영수(신은경 분)의 시어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사부인을 만난 한자는 가족들을 뒤로 하고 1년간 휴가를 자청한 자신이 별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마음 속에 억울하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괜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가족들에게도 야박해 지는 것 같더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휴가 한 번 찾아먹고 들어가면 억울하다는 생각도 없어지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의 분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40년 동안 가족에게 묶여 살았던 뿔난 엄마이자 아내, 며느리의 참고 참아왔던 곰삭은 분노가 표출되면서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1년 동안만 자신만을 위해 살아보고 싶다는 작은 외침이었다. 한의학 박사 남상춘 지바고한의원 원장은 “극중 40년차 주부 한자의 경우처럼 일상에 일어나는 화를 표출하거나 해소하지 못하고 억제한다면 가슴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울화가 발생하고 그것이 장기화할 경우 홧병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며 “극중에서처럼 가출은 감행하기는 어렵겠지만 화를 지혜롭게 해소하기 위한 자신만의 해소법을 만들고 틈틈이 화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 엄마만 뿔났나? 대한민국이 뿔났다 울화와 같이 오래 묵은 화가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홧병은 40대 이상 기혼 여성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다. 화를 표출하기 보다는 참는 것이 미덕인 한국 사회 분위기 때문에 화를 삭이고 참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홧병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이나 직장 생활에 스트레스 받는 남성 환자들 또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홧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서 홧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20대 환자가 2004년 229명에서 지난해 456명으로 2배로 늘어났다. 10대의 경우도 74명에 불과했던 것이 2년 사이 215명으로 3배 가까이 많아진 것이 눈에 띈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홧병을 못 면한다? 홧병은 갑작스런 가족이나 지인의 사망, 사고에 의해 한 번에 유발되기도 하고 가족 간의 불화나 사업의 실패, 이직, 실직 등에 의해 서서히 유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서히 유발되더라도 그 증상은 조금씩 천천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예고 없이 터져 나온다. 증상으로는 분노와 스트레스의 화기가 심장과 머리에 침입하여 까닭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땀이 나기도 한다. 갑갑증이 발생하여 잠을 잘 수 없다. 입맛이 없고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두통과 어지러움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홧병은 방치하게 되면 열에 아홉은 우울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지속적인 분노는 자신의 타고난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여 정신적인 에너지의 고갈로 이어져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하고, 항상 피곤해 일상적인 활동에 지장이 있다면 홧병을 의심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다 경험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홧병은 자신의 나머지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억제되었던 분노를 표출하면서 홧병에 저항할 체력이 있을 때 치료하게 되면 우울증으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뿔난 세상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에 사상 최악의 취업난, 유가 폭등, 미국산 쇠고기 파동. 그리고 독도 논란까지 주위에 온통 뿔난 사람들 천지다. 이럴 때일수록 참지도 폭발하지도 않는 지혜로운 화내기가 필요할 때다. [OSEN 생활경제팀] osenstar@osen.co.kr K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