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 한잔에서 숙취는 시작된다.
OSEN 기자
발행 2008.08.08 15: 31

[김준명 건강컬럼] 언제 시작한지 또 언제 끝났는지 모르게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가 끝나기도 무섭게 대한민국 전역이 폭염 속에 휩싸이고 있다. 몇 일전 직원 한명이 출근하는 것을 보니 땀으로 흠뻑 젖어 한의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봤다. 나도 마찬가지다. 기름 값이 오른 이유도 있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 싶어 예전보다 차를 끌고 출근하는 횟수를 반 정도로 줄이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찜통’이란 느낌을 받을 때는 솔직히 차를 끌고 다니고 싶을 정도다. 아침부터 흠뻑 젖어 출근한 후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나갔다 들어올 때는 시원한 맥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끔 이 유혹을 벗어나지 못해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릴 때도 있는데, 이미 주변사람들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열대야로 사우나 속에 들어 앉아 있는 느낌을 받는 여름 밤. 시원한 에어컨, 혹은 시원한 밤 바람을 맞으며 알싸한 맥주 한잔을 들이킬 때의 시원함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맥주 한잔으로 얻을 수 있는 시원함은 이튿날 얻게 되는 숙취를 생각하면 딱 그때뿐인 것이 사실이다. 여름은 무더운 날씨 때문에 하루 종일 시달려 나른하고 노곤함이 빨리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 때 몸속에 알콜이 들어오면 다른 계절에 비해 이를 분해하는 시간과 대사가 많이 늦어지게 된다. 또 땀으로 몸속에 있는 수분과 전해질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 술을 마시면 금방 취하게 되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 더 많이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더운 날씨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하고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위 속에 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알콜 분해 속도가 느려 그 만큼 술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침에 출근하게 되면 에어컨 바람 때문에 두통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가끔 진하다 싶을 정도로 향수와 화장을 하고 다니는 여직원이 옆을 지나치게 되면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해 변기를 붙잡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산들거리는 바람 속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의 여유가 생기는 계절이다. 이 재미에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개인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의인 나 역시 여름에는 거르지 않고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며 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속담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시원함을 찾기 위해 시작한 맥주 한잔이 다음날 괴로움을 더해주는 숙취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글 -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sta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