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테이블 세터' 전략 그리고 김경문 감독
OSEN 기자
발행 2008.08.09 08: 37

"4-5-6번이 중심 타선이 될 것이다" 김경문 올림픽 야구 대표팀 감독은 여타 감독들이 사용하지 않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사령탑 중 한 명이다. 번트보다는 강공을 지향하는 동시에 주자들에게 한 베이스 더 가는 움직임을 지시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현 상황서도 김 감독의 색다른 전략이 다시 발휘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잠실구장서 열린 대표팀 타자들의 특타 훈련에 나타나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면서 타자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훈련 종료 후 덕아웃에 들어 선 김 감독은 "이승엽(32. 요미우리)-이대호(26. 롯데)-김동주(32. 두산)가 나서는 중심 타선은 4~6번에 배치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인 클린업 트리오의 개념을 탈피한 그의 새로운 계책이다. 뒤이어 김 감독은 "이진영(28. SK), 이택근(28. 히어로즈), 정근우(26. SK) 외에도 신예 김현수(20. 두산)까지 3번 타자 후보로 넣었다. 3번 타자에게도 작전 수행 능력 등이 요구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3인 테이블 세터 전략은 김 감독의 야구를 겪어본 선수와 야구팬들에게는 어색하지 않은 전략이다. 김 감독이 처음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던 2004시즌에도 '3인 테이블 세터' 작전이 있었다. 당시 두산은 부동의 톱타자 정수근(31. 전 롯데)의 이적으로 발빠른 톱타자가 사라진 상태였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김 감독이 내세운 전략은 장원진(39)을 톱타자로 내세운 뒤 전상렬(38), 최경환(36. KIA)을 2,3번에 배치하는 시스템이었다. 장원진은 전성 시절 타구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스프레이 히터'로 명성을 날렸던 타자다. 발은 빠른 편이라고 볼 수 없었지만 대신 안타로 출루하는 능력은 뛰어난 타자였다. 뒤를 받친 전상렬은 작전 수행 능력과 주루 능력으로 톱타자 장원진의 단점을 상쇄했고 최경환 또한 특유의 허슬 플레이로 타선에 힘을 더했다. 평균 타율 2할7푼8리(1351타수 376안타)에 출루율 3할3푼9리를 기록한 세 명의 테이블 세터들이 2004시즌 기록한 희생번트는 15개에 불과했다. 대신 그들은 안타를 치고 나가는 전략으로 후속 타자들에게 찬스를 제공했고 뒤에 버틴 주포 김동주와 홍성흔(31)은 각각 76개, 86개의 타점을 쏟아 부으며 주자들을 홈으로 인도했다. 2005시즌에는 3할1푼 3홈런 30타점을 기록한 임재철(33)이 전상렬을 대신해 2번으로 활약하며 똑같은 전략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김 감독의 전략은 톱타자 요원 이종욱(28)이 가세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시즌 2번 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번트보다 안타를 치며 누상의 이종욱을 득점 찬스에 가깝게 하거나 홈으로 직접 불러들이는 역할을 했고 3번 고영민(24)은 기존의 3번 타자와는 달리 출루를 우선시 했다. 2번 타자의 안타 후 3번 타자의 출루, 그리고 4번 김동주의 타점은 지난 시즌 두산이 가장 자주 사용했던 득점 공식 중 하나였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희생하는 번트보다 강공 전략을 중시하는 김 감독의 '3인 테이블 세터' 작전은 이미 두산에서 4시즌 동안 펼쳐진 것이다. 다만 두산서 펼친 전략과 대표팀서의 그것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김 감독은 "번트가 필요한 순간에는 즉각적으로 번트 작전을 펼칠 것이다. 이용규(23. KIA)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중심타선에 버틴 3인에 대한 믿음이 그대로 녹아 있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희생하더라도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춘 중심 타선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선수층의 약점을 독특한 전략으로 메웠던 김경문 감독. 4시즌 동안 3번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던 김 감독의 전략이 대표팀에 8년 만의 메달 획득이라는 결과물을 안겨 줄 수 있을 지 야구팬들 사이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farinelli@osen.co.kr 김경문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8일 특타 훈련서 선수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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