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고영민, 한국야구 발전 증거 입증할까
OSEN 기자
발행 2008.08.09 14: 26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2006년. 두산에서는 아주 특이한 선수들이 나타났다. 한 명은 영화 의 주인공 토니자를 연상케하는 외모와 탄탄한 몸 그리고 운동능력으로 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또 한 명은 처럼 팔을 맘껏 늘어뜨리듯 넓은 수비범위와 번뜩이는 센스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종박’ 이종욱(28)과 ‘2익수’ 고영민(24)은 그렇게 팬들 곁으로 다가와 한송이 꽃이 됐다. 이종욱과 고영민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앞두고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종욱은 선린인터넷고 시절 청소년대표를 지냈지만 오랜 무명생활을 이겨내고 다시 태극마크를 왼쪽 가슴에 달았다. 청소년대표에도 뽑히지 못했던 고영민은 생애 첫 태극마크라는 영광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예선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또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종욱은 10타수 2안타, 타율 2할·1홈런·5타점·2볼넷·1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대만전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승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2타수 1안타 3타점 3득점 1도루로 리드오프 역할을 소화해냈다. 고영민도 13타수 6안타, 타율 4할6푼2리·2홈런·5타점·6득점·1도루라는 처녀출전 선수답지 않은 대담한 활약을 펼쳤다. 일본전에서는 뜬금없는 홈런포를 쏘아올렸지만, 뜬금없는 실책을 저지르는 등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아시아예선에서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놓쳤지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종욱과 고영민이 중심에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두 선수는 지난 3월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도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이종욱은 7경기 모두 출장했으나 17타수 3안타, 타율 1할7푼6리로 부진했다. 대회 중 톱타자 자리를 이용규에게 빼앗길 정도로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반면 고영민은 6경기에서 19타수 7안타, 타율 3할6푼8리·7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국제용 선수 탄생을 알렸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도 두 선수는 변함없이 국가대표 명단에 포함됐다. 이종욱은 이용규와 함께 1·2번 자리를 나눠 맡으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게 된다. 고영민은 9번 타자로 실질적인 테이블세터의 시작을 알린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고영민·이종욱·이용규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승엽과 김동주가 중심타순에서 버티고 있지만 이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휘젓느냐 여부에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이종욱과 고영민은 2차례 올림픽 예선에서 나란히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도루 3개를 기록했다. 이종욱은 “2차 예선에서 부진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못 됐다. 컨디션을 잘 조절하고 집중력을 더 키워 메달 획득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며 눈에 불을 켰다. 고영민도 일찌감치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두산의 2루수가 아닌 국가대표팀 2루수로 인정받고 더욱 내달리고 있다. 삼성 양준혁은 “이종욱과 고영민 같은 선수들이 많아야 한국야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구 발전의 증거’ 이종욱과 고영민이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를 증명하며 다시 한 번 더 야구팬들에게 놀라움을 연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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