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이 더 중요한 선수들
OSEN 기자
발행 2008.08.10 13: 02

[OSEN=이상학 객원기자] 국제대회는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을 뒤로 하고 나라를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하지만 프로스포츠가 팽창해 있는 요즘, 무조건적인 사명감을 강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병역혜택이든 무엇이든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유독 동기부여가 더욱 철저한 선수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는 이승엽(32·요미우리)이 있다. 이승엽은 숱한 국제대회에서 해결사로 활약,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수술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만 불참했을 뿐이다.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 이승엽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승선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이승엽 스스로 대표팀 참가를 결심했다. 지난 3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함께 한 후배들과 뭉쳐 나라를 위해 다시 한 번 뜨거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으로서는 국면 전환을 향해 던진 승부수의 의미도 있다. 소속팀 요미우리에서 이승엽의 입지는 몰라보게 줄어들었다.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1군에 합류한 뒤 홈런포를 신고했으나 바로 다음 경기에서는 대타로 출장할 정도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대표팀 참가를 결정지을 때만 하더라도 2군에 있었던 이승엽으로서는 2군에 머물거나 1군에서 불확실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국제대회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이 더 낫다.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그랬었다. 팔꿈치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김동주(33·두산)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매우 중요한 무대다. 지난해 겨울, 김동주는 꿈이었던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어느 팀도 김동주에게 구애를 보내지 않았다. 3루 포지션이 애매했던 데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 결정타였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존재감을 떨친다면 또 다시 김동주에게 손길을 뻗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을 무찌른 구대성이 이듬해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바 있다. 아직 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병역혜택이 걸린 이번 올림픽은 중요하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무조건 군입대해야 하는 송승준(28·롯데)과 이택근(28·히어로즈)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982년생으로 역시 군입대가 머지 않은 이대호(26·롯데)와 정근우(26·SK)도 급하기는 마찬가지다. KIA 이용규(23)·윤석민(22)·한기주(21), 두산 고영민(24)·김현수(20), 히어로즈 장원삼(25), 삼성 권혁(25), 롯데 강민호(23)SK 김광현(20), 한화 류현진(21) 등 무려 14명이 병역혜택이란 매우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있다. 또한 류현진은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던 과거를 털어내고 국제용 투수로 거듭났음을 증명해야 한다. 류현진은 국제대회 5경기에서 1승1패 방어율 6.23으로 부진했다.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난조를 보인 임태훈(두산)을 대신해서 최종 엔트리에 합류한 윤석민에게도 더 많은 짐이 놓여 있다. 역대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부상이 아닌 이유로 선수가 바뀐 건 지난 2003년 삿포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심수창이 조웅천으로 바뀐 사례밖에 없다. 물론 윤석민은 일찌감치 한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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