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친황다오, 올림픽취재반] 한국 축구를 설명할 때 언제나 가장 앞서는 것이 정신력이다. 큰 대회를 앞두고는 축구협회 집행부나 코칭스태프들은 항상 정신력이 강하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항상 큰 대회에서 기대를 걸었던 한국 축구의 정신력은 크게 발휘되지 못했다. 언제나 머리가 터지고 붕대를 감는 그런 정신력, 즉 투지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작 승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정신적인 측면은 경시되어 왔다. 언제나 경기에서 패배 뒤에 제기되는 '집중력 부족'이 그것이다. 10일 친황다오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D조 이탈리아전에서도 한국의 정신력은 투지 쪽에만 집중되었다. 선수들은 분명 이를 악물고 뛰고 또 뛰었다. 그러나 완패했다. 결국 중요한 순간에서 집중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골 상황을 살펴보자. 전반 16분 토마소 로키가 슈팅을 할 때 한국 수비수들은 몸을 던지며 막아냈다. 투지가 빛난 부분이었다. 그러나 세컨드 볼을 잡으러 들어온 주세페 로시를 놓치고 말았다. 주위에 3~4명의 수비수들은 집중력 부족으로 골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31분에도 한국의 집중력은 허점을 보였다. 모타가 한국의 왼쪽 수비를 무너뜨릴 때 수비수 2명은 단숨에 무너져버렸다. 공에 정신이 팔린 한국 선수들은 뒤에서 쇄도하던 로키를 보지 못했고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세 번째 실점을 보자. 이탈리아의 역습 상황에서 한국 선수들은 반대편에서 쇄도해 들어오는 몬톨리보를 놓쳤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한국의 수비수들은 몬톨리보의 첫 번째 슈팅이 골대에 맞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이후의 상황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결국 몬톨리보가 아무런 저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켰다. 골득실차까지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된 현재 이 실점은 너무나 큰 것이라 뼈아프다. 분명히 선수들은 많이 뛰었다. 투지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이제는 정신력을 단지 머리가 터지고 몸을 던지는 그런 '투지' 라는 쪽으로만 한정짓지 말자. 경기 결과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다. 선수들의 투지는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데 그치지만 경기에 대한 높은 집중력은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