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베이징올림픽 유도에서 한국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남자 73kg급의 왕기춘(20, 용인대)이었다. 왕기춘이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역 최고의 선수 이원희를 꺾고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왕기춘에게 큰 부담이기도 했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꺾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전국남녀체급별 유도선수권대회 승자 결승에서 왕기춘은 이원희와 맞대결을 벌여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판정이었다. 왕기춘이 정규 경기 시작 18초 만에 이원희에게 업어치기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판정을 놓고 심판들은 효과와 무효로 충돌했다. 이날 두 선수의 승부가 연장에서 갈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판정이었다. 여기에 왕기춘 본인이 "내가 심판이었다면 효과를 줬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이날 부심 중 한 명이 왕기춘의 고등학교 은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그러나 이 모든 부담도 왕기춘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자신에 불리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담담히 판정에 소신발언을 했던 신세대 왕기춘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납득할 만한 성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인터뷰도 마다하면서 오직 훈련에 매진한 왕기춘은 유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73kg급에서 승승장구를 하며 8강에 올랐다. 비록 이원희같은 호쾌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왕기춘의 집념과 의지를 알 수 있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왕기춘의 발목을 잡았다. 레안드로 길레이로와 연장까지 가는 혈투 속에 늑골을 다친 것이 문제였다.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3위 라슐 보키에프를 판정 끝에 이겨 결승에 올랐지만 동갑내기 엘누르 맘마들리에게 불의의 들어메치기 한판패를 당했다. 그러나 부상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왕기춘의 도전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