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어릴 때부터 모든 생활은 운동에 맞춰져 있었다". '작은 검객'이 아니라 '발랄 검객' 남현희(27, 서울시청)였다. 아쉬운 은메달이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 펜싱이 올림픽에 출전한 지 44년 만에 처음 이룬 쾌거라는 점에서 금메달 못지 않은 영광의 메달이었다. 남현희는 11일 베이징 컨벤션센터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개인 플뢰레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발렌티나 베잘리(34, 이탈리아)의 벽에 막혀 5-6으로 아깝게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 5-5로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4초를 넘기지 못한 채 내준 금메달이었기에 지켜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남현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남현희는 이날 경기 후 중국 베이징 왕푸징의 프라임 호텔 내 코리아하우스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에 오기 전에 기사를 봤다. 미국의 한 일간지에서 나를 금메달 후보라고 했더라"면서도 "그렇지만 은메달에 만족한다. 아쉽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놓쳤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 긴장이 안풀렸다"고 활짝 웃었다. 특히 올림픽 후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휴식을 취하고 싶다. 예전에는 빈 틈없이 규칙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어느 정도 펜싱을 잘하려면 노련미도 있어야 된다는 걸 알았다. 게임 상황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극복해야 하는 만큼 개인 생활도 변화를 주려고 노력 중이다. 친구랑 맛집을 다니는 것이 요즘은 더 편하다"고 밝혔다. 또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서인지 몰라도 나의 모든 생활은 내 개인보다 운동에 맞춰져 있다"며 "그래서 생활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상시 운동을 남보다 더 많이, 내가 만족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키(155cm)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장단점에 대해서는 "유리한 점은 키가 작아 상대보다 빠르다. 선수를 쉽게 요리할 수 있으려면 많이 움직여야 찬스가 많이 생긴다. 팔다리가 짧아 단점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끝까지 움직일 수 있는 체력을 길러놓지 않으면 상대를 쉽게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4년의 고된 훈련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한국 여자 펜싱은 남현희의 은메달로 사상 첫 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지난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한 이후 처음으로 메달과 인연을 맺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남자 펜싱은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남현희는 "앞으로도 경기가 많은 만큼 더 열심 더 노력하겠다. 꾸준히 메달권에 들도록 노력할 것이다"면서 "펜싱에서 메달이 꼭 나오길 바랐는데 내가 주인공이 돼서 영광이다. 비인기 종목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선수도 좋은 선수가 많다. 호응해 주시면 더 좋은 성적 나올 것"이라고 팬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편 남현희는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으로부터 2500만 원의 포상금을 전달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