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마음대로일까. 2008베이징 올림픽 중계중인 지상파 3사 TV가 메달 색깔에 따라 제멋대로 방송을 끊고 늘이는 편법 운영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11일 오후 여검객 남현희(27)의 여자 플뢰레 개인전 준결승. MBC, KBS 2, SBS는 154cm의 단신 '작은새' 남현희가 세계 2위 조반니 느릴리니를 맞아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앞서 나가는 경기 모습을 중계했다. 그러나 12-9로 남현희가 앞선 가운데 분초를 다투며 팽팽하게 접전을 치루는 순간, 3사의 중계 카메라는 일제히 유도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한국 유도 사상 최연소 올림픽 챔피언을 꿈꾸는 왕기춘(20)의 남자 유도 73kg 결승전을 중계하기 위해서였다. 상대는 아제르바인젠의 강자 엘누르 맘마들리로 왕기춘이 지난해 브라질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우세승으로 물리쳤던 선수. 왕기춘의 감격적인 금메달 획득이 기대됐기 때문에 이처럼 갑작스런 중계 변경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다음 튀어나왔다. 왕기춘이 경기 시작 13초만에 맘마들리에 발목잡아 메치기 한판으로 지는 순간, 3사 중계는 순식간에 약속이나 한 듯 유도장을 떠났다. 천신만고 끝에 은메달을 따낸 왕기춘에 대한 소개나 칭찬은 커녕, 경기 내용 설명과 리플레이조차 생략했다. 이날 8강전 경기에서 왕기춘은 늑골을 다치는 부상을 입고 결승전에 불꽃 투혼으로 임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는 아나운서나 해설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방송은 바로 남현희에게 다시 카메라를 돌렸고 15-10 승리를 따내고 결승에 진출하는 장면을 내보냈을 뿐이다. 방송사들의 지나친 금메달 편중 중계는 올림픽 때마다 끊임없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는 여기에 아나운서, 해설자들의 울부짖음인지 환호성인지 모를 감정 몰입 100% 함성 중계가 비난을 사고 있는데다 기본 편성을 완전히 무시한 짜깁기 중계까지 더해졌다. 금메달을 딴 선수는 하루종일 재방송으로 똑같은 장면을 내보내고 울궈먹으면서, 태극기를 올림픽 광장에 휘날리기 위해 비지땀을 흘린 노메달 선수들은 싹 무시하는 방송 태도에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mcgwir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