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범수(39)다. 올 여름 그는 생애 첫 출연한 공포영화 '고死: 피의 중간 고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많게는 수천억, 적게는 수백억원 제작비의 국내외 대작들이 판을 치는 8월 극장가에서 이범수는 어떻게 달렸을까. '고사'는 개봉 전후로 평단과 언론의 'TV용 영화'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혹자는 '이범수 한 명의 연기력에 의존한 B급 공포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관객 반응은 달랐다. 쏟아지는 블록버스터의 압박에서 잠깐 숨을 돌려 여름에 특화된 공포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이범수가 있었다. 지난 해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에 이어 올 해 '온에어'의 훈남 매니저 장기준 역으로 톱스타 위치를 확고힌 굳힌 그는 후속작으로 창 감독의 데뷔작 ‘고사'를 택했다. 감독 지명도와 작품 규모를 따져가며 몇 년에 영화 한 편 찍기 힘든 여느 스타들과의 차별화다. "꼭 돈을 많이 들여서 700만, 천만 관객이 들어야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적더라도 잘 만들어서 100만, 200만 관객이 재밌게 봐주면 그것도 보람 아닐까요?" '고사' 개봉 전에 만난 이범수는 "왜 안전한 길을 놔두고 모험을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제작비 170억원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스크린 싹쓸이를 했고, 차승원 한석규 주연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개봉을 앞둔 시점이었다. 외화로는 '미이라 3'에 이어 '다크 나이트' '월 E' 등 한국영화 제작자들이 그림자 밟기도 무서워하는 할리우드 인기 블록버스터들이 줄지어 막을 올릴 바로 그 참, 이범수는 특유의 열정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평소 출연을 꺼렸던 예능 프로그램 참가에 앞장섰고 개봉 전후로 전국을 돌펴 무대인사를 했다. 결과는 '고사'의 기대 이상 흥행 성공으로 나타났다. 6일 '다크 나이트' '월 E'와 함께 개봉한 '고사'는 첫 날 10만명 관객을 동원하더니 주말까지 전국 62만명을 불러모았다. 스크린수가 겨우 250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교차상영의 편법에 휘둘려 실제 상영관이 더 적었던 불리함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세였다. 이범수는 “극중 황창욱의 심리를 조심스럽게 잘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 영화를 보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가도록 했다. 작품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관객으로 하여금 푹 빠져서 볼 수 있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배우, 스태프 모두 잠도 못 자고 고생 많이 했다. 박수 보내주고 싶다"고 '고사' 성공의 공을 주위에 돌렸다. 특히 "한국 배우의 연기가 할리우드에 뒤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고 싶지 않다"던 그는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다크 나이트' 열풍을 이겨냈다. '고사'는 개봉 첫 주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2주째부터 스크린 및 좌석수를 대폭 늘일 예정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