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면 부상만 입을 뿐이다. 루키, 싱글A 등 마이너리그를 두루 경험한 뒤 빅리그 무대에 서고 싶다".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부산고 우완 안태경(18)이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빅리그를 향해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나아갈 것을 약속했다.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고등학교에서 만난 안태경은 미국 진출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연고 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한 뒤 짐 콜번 텍사스 극동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은 안태경은 "지난해 성적에 비해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1차 지명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쉬웠지만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니다. 1차 지명을 받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없었다. 좋게 생각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 상황에서 텍사스의 러브콜은 미국으로 가야 하는 운명인 듯 하다". 지난해 LA 다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안태경은 올 시즌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며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태경은 "투구 밸런스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고쳐내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미국 무대에서 좋은 코치님의 지도 속에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안태경은 "자신의 장단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장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신체 조건(191cm 99kg)이 아니겠냐.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데 좋은 신체 조건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아직 학생 신분이다보니 부족한 점은 많다. 힘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안태경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처음 만난 사람도 오래 전에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하는 편이다. 내가 어색한게 싫어서 그런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고교 선배 백차승(샌디에이고)과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안태경의 스승이나 다름 없다. 빅리그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선배들의 뒤를 잇겠다고 남다른 투지를 보여줬다. 안태경은 "2006년과 2007년 차승이형이 이곳(부산고)에서 연습할때 체인지업도 배우는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특히 차승이형이 '외국 선수들 앞에서 기죽은 듯 지내면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으니 항상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형들에게서 많은 조언을 얻어 조금이라도 알고 가는 것이 낫지 않냐"고 말했다. 안태경이 가장 닮고 싶은 메이저리그 투수는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 "클레멘스를 닮고 싶다. 우완 강속구라는 점도 나와 비슷하다. 그리고 차승이형과 신수형이 노력하는 점도 배우고 싶다. 그냥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 웃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