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짜릿한 재역전극이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환호성 속에 파묻힌 대표팀의 불안요소는 분명히 있었다. 한국은 지난 13일 난적 미국을 9회말 이종욱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8-7 케네디스코어로 꺾고 큰 고비를 넘겼다. 첫 경기에서 미국을 꺾은 만큼 남은 쿠바와 일본에 지더라도 4강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불안요소도 없지 않았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대목은 소방수 한기주의 자신감 없는 피칭이었다. 평소 한국에서라면 6-4의 리드는 가볍게 처리했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자신의 볼을 던지지 못했다. 볼을 끌고 나오지 못하고 잡아 채는 볼이었다. 홈런, 안타, 2루타 등 난타를 당하고 3실점했다. 대표팀은 한기주의 불안으로 숙제를 안게 됐다. 한기주를 내세운 것은 대표팀 주전 소방수가 오승환이 아니라 한기주라는 점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한기주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김경문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갑자기 투입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윤석민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도 있다. 2회초 선두타자 라포타의 땅볼을 잡은 박진만은 어이없는 1루 악송구로 주자를 살려주었다. 박진만은 이미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대표팀 부동의 명품 유격수. 이날은 몸이 덜 풀렸는지 박진만 답지 않은 송구가 나왔다. 언더핸드 정대현도 마찬가지였다. 정대현은 2⅔이닝 동안 2안타 1실점했다. 5회 3-3 동점을 내준 안타와 6회 추격의 솔로홈런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왼손 타자들이었다. 우타자들을 상대로 5연속 포함 6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위력을 발휘했지만 왼손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또 하나는 불펜에서 투수들의 볼을 받아줄 수 있는 포수가 부족하다. 올림픽은 불펜포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모두 자체 해결한다. 한국은 포수를 2명 뽑았는데 결과적으로 불펜포수가 부족하게 됐다. 포수 경험이 있는 이택근이 불펜포수로 나서고 있지만 그만큼 기용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은 4강이 목표가 아니라 메달이 목표다. 예선리그를 통과해 정작 4강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하다고 해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메달은 물거품이 된다. 보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전에서 보여준 불안요소들을 없애야 한다. . . . . . 9회 마무리에 실패한 한기주를 위로하고 있는 조계현 코치와 포수 진갑용. 자신감 회복이 절실한 한기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