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연기, 대표팀엔 '독'인가 '약'인가
OSEN 기자
발행 2008.08.15 07: 43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경기에 차질이 빚어졌다" VS. "오히려 잘됐다". 미국전을 승리로 이끌며 최고의 분위기를 타고 있는 베이징올림픽 한구야구대표팀이 다시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할 계기가 마련됐다. 대표팀은 14일 우커중 주경기장에서 열린 홈팀 중국과의 예선 풀리그 2차전에서 6회 0-0으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대표팀은 오는 17일 이날 경기 종료 직전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 대결을 펼치게 됐다. 문제는 휴식일이었던 17일에 경기를 해야 함에 따라 대표팀은 5연전을 펼쳐야만 한다. 송승준을 이미 써버렸지만 17일 0-0 6회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치러야 하는 만큼 투수 운용에 큰 지장은 없을 전망이다. 투수 한 명이 짧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캐나다전은 류현진이 맡을 예정이고 16일 일본전은 김광현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타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14일 중국전이 비로 인해 두 번이나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경기 시간만 5시간이 걸렸다. 18일 대만, 19일 쿠바, 20일 네덜란드전이 잇따라 남은 것을 감안하면 무려 8일 동안 연일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라이벌 미국, 일본, 쿠바는 14일 나란히 승리를 따내 17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것과 비교할 때 더욱 불리하다. 결국 중국전 연기가 대표팀에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반면 우천 연기가 대표팀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14일 중국전을 지켜 본 야구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대표팀이 전날 미국전에서 거둔 짜릿한 역전승의 영향 때문에 긴장이 풀렸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다소 느슨해 보였다는 말이다.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미국전을 앞두고 긴장이 돼서 한숨도 못잤다. 그런데 미국전을 그렇게 이겨버리고 중국전을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잠이 너무 잘오더라"며 "내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선수들도 긴장이 풀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겨도 근소한 점수차로 이기는 것이 앞으로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긴장의 끈을 놓치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선발 투수 리천하오의 피칭에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6회 1사까지 3안타 빈공에 그쳤다. 이에 우용득 KBO 기술위원은 "타자들이 상대 투수에게 꼬인 날이다.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면서 "득점 없이 우천 연기됐기에 경기에 대한 타자들의 집중력과 긴장감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고 예상했다. 다시 말해 중국전 우천 연기가 대표팀의 정신을 재무장시키는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5회까지 1점이라도 냈다면 정식경기로 인정, 미국처럼 강우콜드승을 거둘 수도 있었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무득점에 그친 중국전이 앞으로 대표팀의 행보에 '독'으로 작용할지 '약'으로 작용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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