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의 부진을 어떻게 봐야 하나
OSEN 기자
발행 2008.08.15 11: 07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지난 13일 베이징 올림픽 야구 첫 경기 미국전. 한국의 2회초 수비에서 미국의 선두타자 맷 라포타의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흘러갔다. 아주 평범한 땅볼 타구였지만 한국의 유격수는 어이없는 1루 악송구로 주자를 출루시키고 말았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 유격수가 바로 ‘명품’ 박진만(32, 삼성)이라는 점이었다. 박진만의 국제대회 무실책 행진이 36경기에서 끝나는 순간이었다. 박진만이 고전하고 있다. 박진만은 미국전에서 그답지 않은 송구실책을 저지르며 타격서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데 이어 이튿날 중국전에서도 2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가운데 경기가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다. 국제대회에서마다 철통같은 수비로 내야진의 자물쇠를 확실하게 걸어감궜던 박진만이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부진의 기미가 깊어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박진만을 탓할 것이 전혀 못 된다. 박진만은 무려 8번째로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7년 타이중 올림픽 아시아예선, 2008년 타이중 올림픽 최종예선에 이어 이번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까지 쉼없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또 받았다. 박진만보다 더 많이 대표팀에 참가한 선수는 이번으로 10번째 태극마크를 단 김동주밖에 없다. 박진만은 2000년 이후 A급 국제대회는 한 차례도 거르지 않았다.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 박진만은 국제대회 36경기에서 104타수 23안타, 타율 2할1푼1리·1홈런·8타점으로 타격성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격수 본연의 역할인 수비에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안정감으로 코칭스태프와 투수들로부터 아무리 부셔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신임을 샀다. 김인식 한화 감독이 사석에서 “박진만의 수비는 역대 최고다. 유연성과 안정감에서 김재박과 이종범보다도 한 수 위”라고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한 돌이라도 끊임없이 구르면 결국에는 흠집이 나거나 깨질 수 밖에 없는 법이다. 박진만은 2000년 이후 오프시즌에 제대로 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소속팀도 늘 우승권의 현대와 삼성으로 가을잔치에서도 항상 끝자락까지 뛰었다. 2005~2006년에는 한국시리즈,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라는 강행군을 2년 연속 치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어깨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기어이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예선 7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투혼까지 발휘했었다. 올 시즌 박진만은 어깨와 허리 등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고생하며 타율 2할2푼4리·4홈런·27타점으로 부진했다. 지난해 데뷔 후 최고 타율(0.312)을 기록했지만, 불과 1년 만에 타율이 1할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대표팀은 별다른 고민없이 박진만을 선발했다. 정상이 아니라도 그가 필요했다. 클래스는 영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도대체 언제 박진만이냐”며 그의 '대체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박진만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답지 않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박진만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다. 비단 박진만만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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