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싱가포르가 작년에 비해 준비를 잘했다”. 15일 오후 베이징 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4강전에서 한국이 싱가포르에 패하는 순간 현정화(39) 코치는 고개를 숙였다. 차마 자신을 믿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서였다. 지난해 12월 현정화 코치는 천영석 전 탁구협회장과의 불화로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선수 선발 등 감독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러나 현정화 코치는 자신의 행동이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현정화 코치가 베이징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7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대표팀에 복귀한 것은 선수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현정화 코치는 한 달여 기간 동안 선수들을 더욱 다그쳤다. 최소한 결승전까지는 올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다. 지난 8월 초 안산 감골체육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현정화 코치는 “시간과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선수들의 갖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와 4강전에서 드러났다. 물론 싱가포르가 만만한 상대였다는 뜻은 아니다. 탑 랭커 리지아웨이(세계랭킹 6위), 왕유에구(7위), 펑티안웨이(9위)를 보유한 싱가포르는 분명히 강 팀이다. 하지만 한국도 지난 5월 중국오픈 준결승에서 싱가포르에 승리한 바 있어 불가능한 승부도 아니었다. 그러나 마지막 뒷심이 부족했다. 세트스코어 2-2의 팽팽한 접전에서 박미영은 단호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지만 그토록 고민했던 촉진룰에 발목을 잡히며 패했다. 한 세트가 10분 내로 끝나지 않으면 시행되는 촉진룰은 수비전문 선수에게 불리한 룰로 랠리가 13구까지 이어질 경우 서브한 선수가 실점하게 된다. 김경아와 박미영이 전형적인 수비전문 선수이기에 현정화 코치 등 코칭스태프도 고민하던 문제였지만 시간의 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도 했다. 현정화 코치와 대표팀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음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