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본' 한국, 또 드라마 연출할까
OSEN 기자
발행 2008.08.16 08: 03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결전의 날이 밝았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드디어 일본과 맞대결한다. 한국은 16일 우커송 구장에서 예선 4번째 일본전을 치른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대표팀 감독의 끊임없는 한국야구 도발과 독도 영유권 문제로 반일감정에 극에 달한 가운데 펼쳐지는 이날 경기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선 전쟁이다. 지난 13일 미국전에서 8-7 케네디 스코어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한국이지만, 사실 한국야구 역전드라마의 파트너는 언제나 일본이었다. 일본전에서는 짜릿한 드라마가 숱하게 연출됐다. 지난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은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사상 최고의 명승부였다. 한국은 선동렬을 선발로 내고도 타선이 7회까지 1안타로 막혀 0-2로 끌려다녔다. 하지만 8회말 김정수의 적시 2루타로 1점을 따라붙으며 만들어진 1사 3루에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 한국은 이어진 2사 1·2루 찬스에서 ‘해결사’ 한대화가 잠실구장 좌측 폴대를 그대로 맞히는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키며 5-2로 역전승, 세계선수권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때마침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로 반일감정이 악화된 상황이라 한국야구 승리의 기쁨을 온국민이 나누었다. 지난 1999년 역시 서울에서 열린 시드니 올림픽 예선전을 겸한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5회까지 1-3으로 뒤졌지만, 6회말 유지현의 볼넷과 박재홍의 2루타로 만든 1사 2·3루에서 이승엽의 내야땅볼과 김동주의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며 5-3 역전승을 거뒀다. 7회부터 구원등판한 구대성은 6타자 연속으로 탈삼진 포함 3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내며 아마시절 일본 킬러의 명성을 프로 최강멤버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도 이어갔다. 기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으로도 이어졌다. 예선 일본전에서 한국은 당시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이승엽이 ‘일본의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로부터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며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등 연장 10회 승부 끝에 7-6으로 승리하며 일본의 콧대를 눌렀다. 3·4위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난 한국은 8회말 이승엽이 2사 2·3루에서 또 한 번 마쓰자카를 상대로 좌중간을 꿰뚫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작렬시킨 데 이어 김동주까지 적시타를 날리며 3-1로 승리했다. 선발등판한 구대성은 특유의 거만한 표정으로 9이닝 동안 무려 155구를 뿌려대며 5피안타 3볼넷 11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했다. 한국야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제물은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 4강 신화로 기억되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빼놓을 수 없는 짜릿한 극일 사례. 도쿄돔에서 열린 지역예선에서 7회까지 1-2로 끌려다녀 패색이 짙었던 한국은 홈런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뒤집었다. 8회초 1사 1루에서 이승엽은 일본 마무리 이시이 히로토시로부터 5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스탠드에 꽂히는 역전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일본야구의 심장부인 도쿄돔은 순간 침묵의 음소거 모드로 돌변했고 한국은 3-2로 역전승했다. 본선 8강 일본전에서도 한국은 0의 균형이 계속된 8회초 1사 2·3루에서 이종범이 일본 특급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의 직구를 통타, 좌중간을 완전하게 가르는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2-1로 승리해 일본 열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WBC를 끝으로 한국야구의 일본전 드라마는 중단됐다. WBC 4강전에서 일본에 0-6으로 완패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7-10으로 충격의 10회 연장 역전패를 당했고,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3-4로 석패하며 일본전 3연패를 당했다. 지난 2006년 대륙간컵 1-2 패배까지 포함하면 최근 일본전 4연패에 빠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과 캐나다전에서 전혀 다른 스코어의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둘 정도로 투지를 불사르고 있는 대표팀이다. 미국 드라마도 좋고 캐나다 드라마도 좋지만 역시 일본 드라마만큼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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