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 총장, "김경문 감독, 그 속을 연구 좀 해봐야겠다"
OSEN 기자
발행 2008.08.16 08: 09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도대체 김경문 감독의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59)의 이마에서는 땀이 연신 비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15일 우커송 제 2구장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본선 풀리그 한국과 캐나다전이 끝난 직후 하 총장은 1루 관중석 아래 계단에서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야말로 십년감수했다는 표정.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하 총장이 단장으로 있는 한국대표팀은 캐나다에 1-0이라는 스코어로 간신히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 큰 고비를 넘기며 연승, 준결승 진출 전망은 한층 밝혔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대표팀 관계자들은 안절부절이었다. 8회까지 이렇다할 위기 없이 캐나다 타선을 막아내던 류현진이 9회말 첫 타자 마이클 손더스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면서 불안해졌다. 대부분 투수교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던 것. 불펜에서는 장원삼이 몸을 풀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교체없이 류현진의 어깨에 모든 것을 내걸었고 결국 1점차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하 총장은 경기 후 "정말 심장이 터져버리는 것 같았다"며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배짱과 밀어붙이는 뚝심은 정말 못말리겠다"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투수를 교체했어야 할 타이밍에서 류현진을 그대도 밀고 나간 덕분(?)에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던 심정을 빗댄 것이다. 그리고 다년간의 야구해설자로 명성을 날린 하 총장 답게 김 감독의 마음을 헤아렸다. "류현진은 분명 구위가 현저하게 떨어져 보였다. 직구 구속이 6~7km나 덜 나왔다. 그러나 김 감독은 류현진을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딱히 믿고 내세울 마무리가 없는 만큼 차라리 류현진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야수들은 역전의 위기 속에서도 류현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높은 집중력을 발휘, 경기에 몰입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자칫 투수를 교체할 경우 그런 집중력이 깨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 총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세 번의 경기를 한 번도 느긋하게 본 적이 없다. 첫 경기였던 지난 13일 미국전은 9회말 터진 이종욱의 극적인 끝내기 희생타로 가슴을 졸였다. 14일 중국전은 타선의 침묵 속에 속이 타 들어갔다. 2001년 심장, 2004년 위 수술을 받았던 하 총장이었던 만큼 경기 후 김 감독에게 직접 건넨 말이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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