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급부상' 정근우, 국가대표 2루수 굳히기
OSEN 기자
발행 2008.08.16 08: 15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지난 3월 대만 타이중에서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이 한창일 때 국내에서는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돌입했다. 밝은 표정으로 스스로를 자책한 선수가 있었다. SK 내야수 정근우(26)였다. 아시아예선에서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부진을 면치 못해 최종예선에서 탈락한 정근우는 “우리 선수들이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나도 있었으면 좋겠지만 실력이 부족한데 어쩌겠나”며 초봄의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그즈음 결혼 뒤 아들까지 얻었던 정근우로서는 머리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정근우는 고려대 시절부터 2002년 대륙간컵, 2003년 쿠바 야구월드컵 에 참가할 정도로 풍부한 국제경험을 갖췄다. 그러나 첫 A급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정근우는 5경기에서 20타수 7안로 타율 3할5푼을 기록했지만,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던 대만전에서 2번 타자로 출장해 삼진 2개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정근우는 이용규·이택근과 함께 ‘국제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을 기용한 게 패착’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난해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도 정근우는 8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안타 2타점 모두 최약체 필리핀전에서 나온 것이었다. 대만전에서 3번 타자로 선발출장했으나 2타수 무안타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일본전에서도 1번 톱타자로 선발출장했지만 2타석 연속 삼진을 당한 뒤 경기 중 장성호로 교체되기도 했다. 결국 지난 3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는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정근우는 그간의 부진을 모두 다 털어내며 당당히 최고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전에서 6-7로 뒤진 9회말 대타로 나와 날카로운 좌익선상 2루타로 대역전극의 서막을 연 뒤 재빠른 베이스러닝으로 동점 득점에 성공하며 포효한 정근우는 14일 중국전에서 3번 타자로 선발출장해 2타수 2안타로 고군분했다. 그리고 15일 캐나다전에서도 3번 타자로 나와 3회초 결승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중국, 캐나다전에서 2경기 연속 3안타 빈타로 답답함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정근우만이 2경기 연속으로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7타수 5안타로 타율 7할1푼4리·1홈런·1타점. 대표팀 타자 중 최고 성적이다. 당초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뽑혔지만 이제는 당당히 가장 믿을 만한 중심타자로 위상이 급변했다. 최종예선에서 주전 2루수로 맹활약한 고영민이 이번 대회에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정근우 쪽으로 주전 2루수의 무게중심도 기울고 있다. 정근우는 “(고)영민이는 수비도 좋고, 한 방 능력도 있다. (이)대호랑 (김)태균이처럼 우리도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최종예선에서 고영민의 활약에 자극받은 게 정근우의 베이징 올림픽 대폭발과 무관하지 않다. 정근우는 “상대의 견제가 생기겠지만 그만큼 나도 경험이 쌓였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림픽에서의 대활약으로 10만 안티를 척결하고 스타로 떠오른 정근우. 그의 응원가처럼 근우가 치면 안타가 되고 근우가 뛰면 도루가 된다. 결정적으로 상대팀은 언제나 울상이 된다. 정근우가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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