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 뒷문이 흔들리고 있다. 모든 화살은 만 21살의 약관 한기주(21, KIA)에게 쏠리고 있다. 한기주는 지난 13일 미국전에서 홈런 1개 포함 3피안타 3실점으로 9회초 역전을 허용하더니 16일 일본전에서도 2피안타 1실점으로 무너졌다. 2경기 도합 성적은 6타자 5피안타 4실점. 아웃카운트가 하나도 없어 방어율은 ∞. 무한대라는 뜻이다. 전 SK 외국인선수 다윈 쿠비얀이 올 시즌 첫 등판에서 아웃카운트 1개 못 잡고 7실점해 한동안 방어율 무한대를 유지했었다. 3년차가 된 한기주는 올해 프로야구 정상급 마무리투수로 성장했다. 36경기에서 1승2패21세이브 방어율 1.69라는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2개밖에 없으며 터프세이브는 8개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았다. 150km 광속구를 언제든 뿌릴 수 있는 파이어볼러를 발탁할 필요성은 충분했다. 올림픽 1·2차 예선에서는 5경기에서 5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성인 국가대표팀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아시아예선 일본전에서 구원등판해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상 깊은 피칭을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한기주는 정작 올림픽 본선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기주는 분명 변함없이 특유의 강속구를 뿌려대고 있다. 일본전에서도 트레이드마크인 150km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이 계속해서 한가운데에 몰리다 보니 방망이에 맞는 족족 그대로 통타당하고 있다. 피안타 5개 가운데 장타가 무려 4개였다는 것이 이 사실을 그대로 증명한다. 파이어볼러의 의미가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직구가 완전히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낮게만 던져주면 되는데 볼이 높다. 공이 가운데로 계속 몰리니까 다 맞아나간다. 한기주의 사기도 많이 꺾여있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고 지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한기주의 모습은 마치 지난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김병현(29)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당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특급 소방수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한 몫 단단히 한 김병현은 그러나 뉴욕 양키스를 맞아 4-5차전에서 연이틀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며 마운드에서 주저앉았다. 4차전에서 8회 3타자 연속 삼진으로 포효했지만, 9회 2사 1루에서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맞은데 이어 연장 10회말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솔로 홈런을 맞았다. 이튿날 5차전에서도 1점차 9회말에서 2사 2루에서 스캇 브로셔스에게 통한의 동점 투런 홈런을 맞고 기가 빠진듯 털썩 주저앉았다. 김병현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등판이었다. 하지만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최종 승자는 양키스가 아니라 애리조나였다. 김병현은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우승과 함께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한기주도 비록 2경기 연속 참혹한 마무리 실패로 무너졌지만 한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2경기 연속 피말리지만 그만큼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김병현은 월드시리즈 우승 후 “이번에 가장 크게 얻은 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혼자 야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을 버렸다. 이겨도 같이 이기고 져도 같이 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이듬해에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생애 최다 36세이브를 올리며 올스타로도 뽑혔다. 한기주는 아직 앞날이 많이 남은 투수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