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퓨처스게임' 내일의 주역은 뜬다
OSEN 기자
발행 2008.08.18 08: 02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17일 춘천 의암구장. 2008 프로야구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렸다. 지난해 처음 신설될 때에만 하더라도 적잖은 주목을 받았던 퓨처스 올스타전은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열기에 휩싸인 올해 이렇다 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에 뛰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전혀 달랐다. 1군 경기에서나 누릴 수 있는 야간 조명탑과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방망이를 처리하거나 손수 흙을 고를 필요도 없었다. 그들도 엄연히 프로인데 그제서야 프로 대접을 받았다. 프로야구 1군과 2군은 차이가 크다. 한 1군 선수는 "2군에 다녀온 후 1군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지 느꼈다. 다시는 2군에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1군과 2군의 차이는 단순히 1군과 2군의 괴리감이 아니었다. 한여름 야간경기를 하는 1군과 달리 2군은 뙤약볕 아래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며 관중의 환호도 없다.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더 울적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퓨처스 올스타전에 선발된 정범모(한화)는 "2군에서 경기 경험을 쌓는다고 하지만 1군은 또 전혀 다르다. 야간경기이고 관중들의 시선에 적응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와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퓨처스 올스타전을 마련했다. 2군에서 눈물 젖은 빵만 먹던 선수들이 모처럼 많은 팬들 앞에서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 MVP는 채태인(삼성)은 지금 삼성 주전 1루수가 됐다. 최고령 퓨처스 올스타였던 안치용(LG)은 올 시즌 가장 놀라운 선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신인 김광현(SK)도 퓨처스 올스타 출신이다. 최형우, 박석민(이상 삼성), 연경흠, 이여상, 김혁민(이상 한화), 이현승, 황재균(이상 히어로즈) 등 퓨처스 올스타 가운데 1군 멤버가 된 선수가 수두룩하다. 올해 출전선수들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최고령 퓨처스 올스타가 된 신민기(한화)는 "나이도 있는데 이렇게 퓨처스 올스타에 뽑혀 쑥스럽다"면서도 "그래도 기분은 좋다. 팬들에게도 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후배 최진행(한화)도 "지난해 경찰청에 있을 때 나도 퓨처스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올해 막상 이렇게 뽑히고 나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년 연속으로 나온 정범모는 "2군이지만 올스타인 만큼 자긍심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신인 정대훈(한화)은 "아직 신인인데 퓨처스 올스타가 돼 기분 좋다. 더 잘하라는 뜻으로 삼겠다"고 기뻐했다. 지난해 3-3 무승부로 끝났던 경기는 올해 남부리그가 북부리그를 12-2로 대파하며 스코어상으로는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2군의 특성상 설렁설렁은 있을 수 없었다. 이는 홈런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상기(삼성)가 조평호(히어로즈)와의 홈런레이스 결승 대결에서 서든데스 끝에 우승을 차지하자 잔디에 모여있던 남부리그 선수들은 마치 제일처럼 함께 기뻐했다. 올스타전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모상기는 "첫 퓨처스 올스타인데 홈런레이스까지 우승해 기쁘다.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며 관중들에게 환호를 받은 것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2군 선수들은 그만큼 관심과 응원에 목말라 있다. 최동원 한화 2군 감독은 "1군이 성적을 내야 하는 전쟁터라면 2군은 선수들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배움터다. 문제는 2군 선수들이 워낙 관심을 받지 못해 프로의식이나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런 퓨처스 올스타전을 통해 관중들에게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프로라는 것을 자각하고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선수들에게 좋은 계기가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역설했다. 장태수 삼성 2군 감독도 "선수에게는 계기라는 것이 필요하다. 2군에서는 그 계기라는 것을 만들기가 어렵다. 1군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퓨처스 올스타전은 선수에게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퓨처스 올스타전을 반겼다. 이날 경기를 끝마친 선수들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일일이 하이파이브하며 서로의 선전을 기원했다. 만루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4타점으로 활약하며 MVP를 차지한 신인 전준우(롯데)는 "그저 빠른 시일내에 1군에 올라가 활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단 전준우뿐만이 아니라 모든 2군 선수들의 꿈이다. 지난해 안치용은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을 2군에서 보내고 올해 천재성을 일깨우고 1군 무대를 누비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을 발판 삼아 성장한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말을 전할 때마다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희망의 퓨처스게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내일의 주역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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