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 최고령' 신민기, 전통과 전통 그 사이
OSEN 기자
발행 2008.08.18 08: 0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거, 나이도 있는데…" 한화 내야수 신민기(28)는 쑥스럽게 말했지만 기분 좋은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지난 17일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2008 퓨처스 올스타전. 신민기는 최고령 올스타였다. 이날 퓨처스 올스타전에 참가한 선수 40명의 선수 중 최고참이었다. 1980년생이 최고참이라. 퓨처스 올스타전은 입단 5년차 이하 선수에만 한한다. 신민기는 그 커트라인에 딱 걸렸다. 2003년 입단해 실질적으로 6년차이지만 3년간 공백기를 가져 시즌으로 따지면 3년밖에 되지 않는다. 신민기는 프로인생 절반을 잃어버린 퓨처스 올스타였다. 이영민 타격상 신민기. 1990년대 후반 고교야구를 지켜본 야구팬이라면 낯익은 이름이다. 경남고 시절이었던 지난 1997~1998년 2년 연속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다. 동대문구장 최초의 홈런타자로 한국야구 선구자격이었던 이영민을 기리는 뜻에서 제정된 이영민 타격상은 해마다 5개 이상 전국대회(15경기·60타석 이상)에서 최고타율을 기록한 고교선수에게 수여됐다. 지난 50년간 모두 48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유일무이하게 2회, 그것도 연속으로 수상한 선수가 바로 신민기였다. 그러나 신민기는 기대만큼 빛을 보지 못했다. 1999년 2차 3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후 한양대를 거쳐 지난 2003년 계약금 1억5000만 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다. 그해 한화 최고 계약금이었다. 대학 4년생이었던 2002년에는 부산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도 포함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마무리캠프에서 타격재질을 인정받아 단숨에 주전 2루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데뷔 첫 해였던 신민기는 21경기에서 21타수 2안타로 타율 9푼5리에 그쳤다.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인가 싶었다. 하지만 더 큰 좌절은 이듬해 찾아왔다. 순간의 실수로 병역비리에 휘말린 것이다. 올해 복귀하기까지 신민기는 무려 3년간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그래도 방망이를 놓을 수 없었다. 신민기는 공익근무 시작과 함께 모교 대동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무려 19년째 대동중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종세 감독이 신민기의 아버지다. 그곳에서 신민기는 중학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 신민기는 "그냥 그대로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야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꾸준하게 몸을 만들고 중학선수들과 경기를 하며 경기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아버지도 지켜보고 계셨기에 게을리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중학선수들이랑 하는 것이 그랬지만 야구를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야구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지만 야구 때문에 참회하고 있었다. 최고령 퓨처스 지난해 겨울, 신민기는 3년이라는 기나긴 공백을 깨고 마침내 한화로 돌아왔다. 하와이 전지훈련에도 이름을 올렸다. 복귀에 대한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신민기는 귀국했다. 군문제로 비자를 얻지 못해 출국을 못했던 한상훈이 비자를 얻어 하와이로 오자 물러나야 했다. 신민기는 "그게 바로 프로다. 어쩔 수 없다. 이겨내야 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국내로 돌아온 신민기는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참아냈는데 그깟 전지훈련 중도 탈락은 좌절도 아니었다.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민기는 행복했다. 올해 성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2군 65경기에서 184타수 58안타, 타율 3할1푼5리. 남부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한다. 볼넷 28개를 더해 출루율은 4할1푼5리로 남부리그 전체 2위다.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도 신민기는 자신의 타격을 맘껏 과시했다. 6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출장한 신민기는 4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1회 첫 타석 볼넷을 시작으로 2회 우중간을 가르는 주자일소 3타점 2루타, 3회 좌전 안타, 5회 좌전 안타로 골고루 타구를 보냈다. 3차례나 풀카운트 승부를 벌일 정도로 볼을 끝까지 보고 타격하는 점이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물론 3루타를 터뜨렸을 때에는 초구를 공략했다. 신민기는 "그래도 내가 이영민 타격상을 유일하게 2년 연속으로 수상한 선수다. 타격은 자신있다. 앞으로도 타격으로 승부하겠다. 컨택트 히터를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근원은 역시 노력. 신민기는 "복귀한 뒤 처음에는 감각이 없었는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감각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고 자신감도 붙었다. 공익근무 때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덕분인가 보다"며 웃었다. 신민기는 "올해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공백기가 있었던 만큼 내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동원 감독님도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시고 있다"고 얘기했다. 지난해 안치용이 최고령 올스타였다는 말에 신민기는 웃으며 "나도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나. 1군에서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겠다"고 의지를 표했다. 지난해 안치용은 만 28살이었고 올해 신민기도 만 28살이다. 신민기는 "(한)상훈이가 군대를 가면서 내년에 2루가 빈다. 2루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2루뿐만 아니라 3루를 맡을 준비도 되어 있다. 주위의 지적대로 수비가 약한 만큼 반드시 보완하겠다. 김인식 감독님께서도 수비를 중요시하신다"고 말했다. 신민기는 자신의 굴레가 아닌 자랑스러운 경력, 이영민 타격상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신민기는 "최정이나 김현수처럼 어린 친구들이 이영민 타격상 저주를 깨고 있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나. 나까지 깨면 저주는 완전히 깨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신민기가 이영민 타격상 저주를 깬다면 자연스럽게 최고령 퓨처스 올스타의 대기만성 전통도 이어질 것이다. 지금 신민기는 전통과 전통 그 사이에 서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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