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이제 본좌는 사라졌나
OSEN 기자
발행 2008.08.18 08: 38

지난 8월 초 한 팀을 오랜시간 후원했던 e스포츠 팬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그 팬은 "요즘 서로 치고받는게 장난이 아니네요. 이제동 선수와 이영호 선수가 아둥바당하지만 이제 본좌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들것 같네요"라고 예상했다. 이 위험한 예상을 기자도 어느 정도 수긍했을 정도. 이런 예상은 뚜렷한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선수들의 발전 속도와 분위기, 그리고 육감에 따른 '맞으면 좋고 틀려고 괜찮은'치기마저 섞인 전망이다. 8월초 만남을 가졌던 팬처럼 전문가와 버금가는 '천리안'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아직 우리에게 '본좌'라는 존재를 포기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싶다. 지난 16일과 17일 반가운 얼굴 두 명이 오랜만에 시원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메이저 무대 복귀를 신고했다. 바로 '본좌' 마재윤(21, CJ)과 '천재' 이윤열(24, 위메이드). 2대 본좌와 4대 본좌로 통하는 이윤열과 마재윤은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질주를 거듭하며 순탄했던 오르막길만큼 이들의 내리막길 또한 거침이 없었다. 부진 원인에 대해 가장 주요한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추측이 나왔지만 이들이 선택한 해결 방법은 '부단한 훈련' 한 가지 였다. 물론 이들의 훈련에는 다른 한 가지 단서를 달고 싶다. 바로 '자율 훈련'이다. 자율 훈련을 통해 '이겨야 본전'이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탈피하고 '이긴다' '자신감'이라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만들어냈다. 공군을 제외한 11개 프로게임단 모두 정해준 일과가 있다. '합숙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선수'들과 '프로는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명제를 지키는 선수들이 있다. 예전 이윤열과 마재윤의 전성기 시절에 나오는 말은 '앞마당 먹은 이윤열은 당할 수 없다'는 말과 '마재윤의 3해처리는 알고도 못 이긴다'였다. 지금은 이윤열에 비해 더욱 물량을 쏟아내는 선수들이 태반이고, 마재윤보다 3해처리 빌드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윤열과 마재윤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는 상대가 이들의 빌드나 전략을 알아도 막기 힘들었지만 경기가 거듭될 수록 스타일이 분석당하면서 차츰차츰 무너졌다. 철저하게 간파당하기 시작한 이 둘은 최정상급 선수였던 만큼 몰락의 속도는 겁잡을 수 없었다. 힘겹게 메이저 무대에 진출했지만 초반 탈락하기 일쑤였고, 심한 경우 예선행의 수모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 둘은 다시 일어섰다. 아직 대회 초반이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이번 서바이버 토너먼트를 통해 잘 드러났다. 서로 원하는 바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 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자신의 경기력을 끌어내겠다'라는 승부사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최근 가장 강력한 5대 본좌 후보였던 '최종병기' 이영호(16, KTF)의 흔들리고 있다. 2008시즌 내내 쉼없이 달려온 만큼 지쳤을 것이고, 많은 경기 만큼 스타일도 철저하게 파악당한 상태이다. 탄탄대로를 달렸던 만큼 패배의 짜증과 불안감은 그를 더 힘들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누구에게나 행운의 시간이 있다면 불운도 있는 법. 행운은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따르는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가지고 있는 재주를 무디어지게 하기 보다는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면 우리는 예전 '본좌'들의 화려한 부활과 새로운 '본좌' 탄생을 지켜볼 날이 있을 것이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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