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 앞에 ‘각본 있는 드라마’들이 체면을 구기고 있다. 툭하면 편성에서 빠지기 일쑤이고 간간이 전파를 타더라도 스토리 따라잡기조차 쉽지가 않다. 여기에 각종 예능 프로그램도 말이 아니다. 결방의 칼날을 피해나갈 수 없을 뿐더러 혹 편성이 잡힌다 하더라도 원래의 기획의도나 프로그램의 방향성과는 상관없이 ‘올림픽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본질이 훼손되기 일쑤다. 지난 주말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MBC TV ‘무한도전’과 KBS 2TV ‘1박 2일’이 올림픽 특집을 내보냈다. 두 프로그램은 리얼리티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특성상 올림픽 종목으로 ‘특집’을 꾸미기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애석하게도 두 프로그램 모두 ‘아니올시다’이다. 스포츠와 예능 프로그램의 결합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어설프게 흉내 내서, 또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스포츠맨의 경지를 일반인의 시각에서 얼마나 대단한 지를 보여준다고 해서 감동이 밀려 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땀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오래고 고된 훈련과 고도의 테크닉을 통해서만 수행될 수 있는 게 올림픽 스포츠이다. 그라운드에서, 또는 체육관에서 세계를 제패한 스포츠스타를 데려다 놓고 개그나 연기를 시켜서 감동을 뽑아 올릴 수 없듯이 예능 스타들에게 올림픽 종목을 경험하게 한데서 무슨 감동을 찾아 낼 수 있을까. 감동이 없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접근이었다면 스포츠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스포츠맨을 서커스에 나온, 진기한 재주라도 부리는 사람 정도로 치부하는 관점은 실소를 자아낸다. 뜨거운 올림픽 열기 속에서도 운 좋게 편성을 따낸 몇몇 드라마들의 성적표를 보면 시청자들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감지할 수 있다. ‘조강지처 클럽’ ‘엄마가 뿔났다’ ‘너는 내 운명’ 등의 드라마들은 특별히 올림픽 특집을 내걸지도 않았는데도 주간 시청률 톱5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림픽 관련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도 잠시 쉬어가는, 또는 다양성을 충족시켜주는 가치가 충분히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물론 ‘무한도전’이니 ‘1박 2일’같은 프로그램도 이 기간 동안 높은 시청률은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올림픽 특집이라는 모양새를 갖춘 바람에 개성 넘치는 저만의 재미를 놓쳐버렸다. 올림픽 시즌이니 올림픽 특집을 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급조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억지 춘향격의 ‘의무 방어전’ 같은 느낌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올림픽 특집, 과연 필요한 것일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올림픽 관련 프로그램들로만 가득 차 있는 TV 편성표를 한번 훑어 보라. 과연 시청자들이 어떤 색다른 것을 보고 싶어할 지 답이 나오지 않는가? 100c@osen.co.kr . . . . . 올림픽 특집을 구성해 방송한 ‘무한도전’과 ‘1박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