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고의사구' 해밀턴, 본즈급 대접 화제
OSEN 기자
발행 2008.08.19 04: 00

[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만루에서 고의사구.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전날 알링턴 레인저스볼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전 9회말. 7-3으로 이기고 있던 탬파베이는 위기를 맞았다. 8회 2사부터 투입된 5번째 투수 그랜트 볼포어가 제구력 난조에 빠지면서 2사 만루에 몰린 것. 한 방이면 동점을 허용하는 상황. 더구나 다음 타자는 눈을 부라리고 있는 파워피터 조시 해밀튼. 그러자 조 매든 탬파베이 감독은 마운드로 올라갔다. 투수를 교체하는 대신 그는 기상천외한 지시를 했다. 해밀턴을 걸르라고 명령했다. 감독의 지시를 받은 볼포어는 공 4개를 바깥쪽으로 뺐고, 텍사스는 공짜로 1점을 주웠다. 만루 고의사구라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매든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경기 후 "위험부담을 감안하면 동점을 허용하는 것보다 1점을 그냥 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해밀턴과 정명승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해밀턴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 만루홈런을 얻어맞아 경기를 망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강력한 MVP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해밀턴은 매든의 말대로 언제 폭발힐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시즌 타율 3할4리 28홈런 113타점을 기록 중인 그는 최근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지만 팀이 필요할 때 한 방을 쳐주는 능력은 여전하다. 지난달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홈런더비에서 목격했듯 중압감을 이기는 힘도 탁월하다. 매든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는 고의 볼넷 지시 후 댄 윌러를 투입했고, 윌러가 말론 버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만루 고의사구는 홈런왕 배리 본즈도 경험한 적이 있다. 10년전인 98년 5월28일 샌프란시스코 소속의 본즈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당시 만루 찬스에서 고의사구를 얻어 걸어나갔다. 벅 쇼월터 당시 애리조나 감독 또한 매든과 마찬가지로 "본즈를 상대하느니 1점을 그냥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쇼월터의 전략은 적중해 애리조나는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 점을 들어 등 지역 언론은 "해밀턴이 본즈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상대 투수들이 받는 중압감이란 측면에서 해밀턴은 본즈와 동급이라는 평가다. 마약과 알콜 중독을 이기고 다시 선 메이저리그. 홈런더비 신기록에 만루 고의사구라는 '최상급 대우'까지 누리고 있는 해밀턴이다. workhorse@osen.co.kr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