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을 원했던' 백종섭, 눈물 어린 기권
OSEN 기자
발행 2008.08.19 12: 13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금메달도 은메달도 필요없다고 했다. 오직 동메달만 있으면 그리고 그 동메달을 4살배기 딸의 목에 걸어줄 수 있으면 만족한다고 했던 한국 복싱 라이트급(60kg)의 희망 백종섭(28, 충남체육회)이 그 동메달을 눈앞에 두고 출전을 포기했다. 백종섭은 한 가지 징크스로 유명하다. 바로 세계대회 8강 징크스다. 2001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무대를 활보한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8강을 넘어선 적이 없다. 어느새 은퇴를 앞둔 그가 8강을 넘어 4강을 꿈꾸는 것은 4강에 걸린 동메달 때문이다. 그는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소중한 아내와 딸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백종섭이 그토록 동메달을 벼른 이유다. 시작은 좋았다. 32강전을 부전승으로 넘긴 그는 피차이 사요타(태국)라는 강적을 손쉽게 무너뜨리며 8강에 진출했다. 흐라칙 야바크얀의 화려한 경력이 부담됐지만 단 한 경기만 이기면 꿈에 그리던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그러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사요타와 경기 중 목과 가슴에 타격을 입은 것이 문제였다. 고통을 호소하는 그의 부상이 기관지 파열로 드러났고 무리한 출전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백종섭은 죽어도 링에서 죽겠다고 호소했다. 동메달을 반드시 따야 한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백종섭은 눈물의 기권을 선택해야 했다. ‘복서’ 백종섭은 링에서 죽고 싶었지만 ‘가장’ 백종섭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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