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세계 체조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인물이 있다. 불가능이라 알려졌던 10점 만점을 기록한 나디아 코마네치도 1992년 애틀랜타올림픽 6관왕에 빛나는 비탈리 셰르보도 아니다. 바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도둑맞으며 체조의 채점 기준을 바꿔버린 양태영(28, 포스코건설)이 그 주인공이다. 4년 전 양태영은 아테네올림픽 체조 개인종합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다. 당시 양태영은 5번째 종목이었던 평행봉에서 스타트 점수 10점의 연기를 펼쳤으나 심판이 9.9점으로 착각하는 오심을 저질러 미국의 폴 햄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하며 동메달에 그쳐야 했다. 뒤늦게 심판의 오심을 알아챈 한국 선수단은 국제체조연맹에 이의를 제기했고 비디오 판독 결과 양태영의 억울함이 밝혀졌지만 금메달은 되찾을 수 없었다. 그저 양태영에게 위안이 되는 일이 있다면 오심을 이유로 체조의 채점 방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양태영은 그 어떤 대가보다도 금메달을 원했다. 오는 11월 태어나는 딸을 위해서라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었다. 양태영의 한풀이 무대는 베이징올림픽. 징조도 좋았다. 양태영은 주종목인 평행봉에서 예선에 출전한 24명의 선수 중 가장 높은 16.350점을 기록해 금메달이 유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상이 양태영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허리 통증을 호소해온 그는 19일 저녁 평행봉 연기 도중 다소 안정되지 못한 연기를 펼치며 한 차례 실수와 불안한 착지로 15.650점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였다. 결선에 출전한 8명 중 7위. 지난 12일 단체전(5위)과 14일 개인종합(8위)에서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던 양태영이 자신의 한을 안고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