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가 관객들의 마음 속에 오랜 여운을 남기며 수작이로 꼽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그와 그녀의 사랑도 큰 역할을 한다. 만약 그녀가 남편과 헤어지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다면 ‘원스’의 잔영이 그리 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한 작품의 결말은 그 작품의 전체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때문에 드라마든 영화든 제작진은 결말을 놓고 고심 또 고심하기 마련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를 보면 단연 열린 결말이 압도적이다. 19일 종영한 KBS 2TV ‘최강칠우’를 비롯해 ‘태양의 여자’, MBC ‘이산’, SBS ‘일지매’ ‘달콤한 나의 도시’ 등 최근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는 모두 열린 결말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남겼다. ‘최강칠우’를 열린 결말로 분류하기에는 약간 부족한감이 있다. 인조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고 사람들이 나서서 자객단을 살려 해피엔딩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김자선과 칠우의 대결을 남겨두고 여운을 남기면서 열린 결말로 분류됐지만 해피엔딩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태양의 여자’ ‘일지매’ 등은 논란이 컸다. 악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신도영(김지수분)의 죽음을 놓고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했고 일지매(이준기 분)의 생사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다. 열린 결말을 남긴 제작진의 입장은 “물리적인 죽음은 작품에서 중요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주인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기획의도, 주제를 살리는데 중요한 부분이 아니며 오히려 그런 부분을 고려해 열린 결말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열린 결말이 오랜 여운을 주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게다가 ‘제작진의 회피 수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해피엔딩이 분명한 드라마는 열릴 결말이 필요하지 않다. 비극적인 죽음이나 헤어짐을 두고 열린 결말로 여운을 남긴다. 때문에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청자들의 원망을 사거나, 혹은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한 애착으로 모호한 결말을 내린다고 비쳐진다. 사실 ‘최강칠우’ ‘일지매’ ‘태양의 여자’ ‘이산’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살아있다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학계의 연구 결과로도 사람들은 열린 결말 보다는 ‘확실한 결말’을 선호한다. 시청자들은 결국 몇달 동안 줄기차게 드라마를 보고 나서도 끝내 주인공의 생사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파리의 연인’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로맨스는 김정은의 가상 시나리오이며 현실에서 박신양과 김정은이 만나 가능성을 남겨둔 열린 결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파리의 연인’이 다른 드라마의 열린 결말과 다른 점은 시청자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해피엔딩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결국 열린 결말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고 공격당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의 열린 결말은 그 반대의 상황을 만드는 게 대부분이다. 제작진의 말대로 ‘물리적인 죽음’보다는 이들이 남긴 ‘정신’을 살리기 위해 열린 결말을 선택할 수 있지만 너도 나도 열린 결말 남발로 ‘식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miru@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