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팬들의 큰 기대,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한화의 5년차 우타 외야수 최진행(23). 그에게도 한 때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밟고 있는 무대는 2군이다. 하지만 팬들은 잊지 않고 있다.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가공할 만한 파워로 담장 밖에 타구를 날려 보낸 여드름이 군데군데 남아 있던 고졸신인을 말이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어느덧 군대까지 다녀온 최진행은 이제 늠름한 성인이 되어있다. 그는 추억이 되어버린 과거를 잊지 않고 있었다. 지난 17일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 춘천 의암구장. 올스타로 선정된 최진행은 밝은 표정이었다. 지난해까지 최진행은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군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자긍심을 불어넣기 위해 퓨처스 올스타전이 만들었다. 최진행은 “지난해에는 경찰청 숙소에서 올스타전 경기를 봤는데 나도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올해 막상 이렇게 뽑히니 기분이 좋다. 의암구장도 천연잔디로 되어있고 생각보다 좋다”고 웃음지었다.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최진행은 올해 한화 2군에서 뛰고 있다. 올 시즌 2군 60경기에서 190타수 42안타로 타율 2할2푼1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낮지만 최진행의 강점은 힘이다. 홈런 8개로 남부리그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타점은 25개로 전체 12위. 크게 돋보이는 성적은 아니다. 그 선수가 최진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진행은 데뷔 첫 해였던 2004년 5월 한 달 동안 8홈런·23타점을 휘몰아쳤던 소년장사였다. 하지만 최진행은 생각보다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최진행의 약점은 데뷔 첫 해 폭풍 같은 활약과 폭풍 같은 추락에서 나타난다. 변화구에는 속수무책이었고, 참을성도 없었다. 최진행은 데뷔 첫 해를 이렇게 떠올렸다. “처음에 홈런을 펑펑 치고 할 때에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프로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상대팀에서 나에 대한 분석과 견제가 들어오면서 방망이가 너무 쉽게 나갔다. 슬기롭게 잘 극복해야 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다. 무모하게 덤벼들었다”는 것이 최진행의 말. 그러나 타자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변화의 과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최진행은 “내 약점을 잘 알고 있다.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고 변화구에 잘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힘이 좋다고 하지만 타격은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2군에서 여유를 갖고 코치님과 상의하며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행은 “2군을 배움터로 생각하고 있다. 너무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더 완벽한 상태로 1군에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한참 젊다”고 웃었다. 군복무를 마친 최진행의 나이는 만 23살. 젊어도 한참 젊다. 물론 그래도 1군에 대한 그리움은 크다. 올 시즌 최진행은 1군에 1경기에만 출전했다. 지난 5월15일 대전 KIA전.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7회말 1사 1루. 좌완 양현종을 맞아 군제대 첫 타석을 맞았다. 0-3이라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했으나 6구 풀카운트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힘없이 아웃됐다. 9회말 무사 2루에서는 번트사인이 떨어졌지만 그만 파울을 저지르며 실패했다. 결국 6구째 헛스윙 삼진. 기세가 꺾인 한화는 결국 KIA에 5-6으로 패했고, 최진행은 그날로 바로 짐을 싸 2군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최진행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 당일 날 2군행은 당연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화 2군은 배움터로 인식되고 있다. 1군에 올라가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를 가진다. 하지만 그곳에도 벽이라는 것이 있다. 최진행은 데뷔 첫 해 이후 2군 선수가 됐다. 1군 진입 벽은 좁아도 너무 좁다. 2005년 1경기, 2008년 1경기. 최진행의 2004년 데뷔 첫 해 이후 1군 출전기록이다. 하지만 팬들은 3경기 연속 스리런 홈런을 터뜨린 그를 잊지 않고 있다. 최진행도 이를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최진행은 “팬들이 아직 나를 잊지 않으셔서 고마울 따름이다. 팬들의 기대가 큰 것을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강한 의지를 다졌다. 최진행은 “(김)태균이형이 나에게 타격의 모델이다. 힘도 좋지만 워낙 정확한 데다 변화구에도 강하다. 그 자체가 모두 배울 점이다. 평소에는 재미있는 농담도 많이 하지만 진지할 때는 또 굉장히 진지하다”며 선배를 치켜세웠다. 최진행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타격도 그렇고 외야수비도 떨어진다. 하지만 언젠가 팬들의 큰 기대에 꼭 보답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