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 취재반] 올림픽 예선리그 전승을 거둔 뒤 1위로 4강에 진출하는 대한민국 올림픽 야구 대표팀. '각본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처럼 중국에서 전해지는 김경문호의 선전은 국민들에게 큰 기쁨이자 희망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있는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지난 19일 쿠바-한국전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 6-3으로 앞선 한국의 7회말 공격 때 2사 후 4번 이승엽(32, 요미우리)이 볼넷을 골라 1루로 나가자 3루 관중석에 있던 한국 팬이 "20타수 1안타"라고 외쳤다. 1루 베이스를 밟은 이승엽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질타를 퍼부은 관중이 반가울리 없다. 더욱이 타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아군이나 다름없는 한국 팬에게 받은 질타였기에 더욱 크게 느껴졌을 듯. 이승엽은 17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11회 끝내기 안타를 터트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수훈 선수로 선정된 이승엽은 공식 인터뷰를 통해 "한국 관중이 내게 '15타수 1안타'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10월 이승엽은 왼쪽 엄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뒤 3월 대만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 예선에 참가했다. 부상 완쾌를 위해 최종 예선전 참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이승엽은 대표팀 승선을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최종 예선서 한국 대표팀의 3번 타자로 활약한 이승엽은 타율 4할7푼8리(23타수 11안타) 2홈런 12타점 5득점으로 8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견인했다. 그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본선 무대 진출 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올 시즌 부진 속에 2군 통보라는 고배를 마신 이승엽은 장고 끝에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소속 구단과 조국이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선 이승엽은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이승엽은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팀에 보탬이 된 적이 없어 많이 망설였다. 아무 것도 안 해놓고 마음 편히 갈 수 없었다"고 털어 놓은 뒤 "나라를 위해 올림픽에 뛰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지난 번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 후배들에게 '본선에서도 함께 뛰자'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라를 위해 뛰겠다"는 신념 하나로 김경문호에 승선한 이승엽은 이번 대회에서 타율 1할5푼8리 3안타 2타점 1득점 3볼넷 5삼진으로 4번 타자로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획득,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신화 속에 이승엽은 최고의 영웅이었다. 중요한 찬스마다 홈런이나 적시타를 터트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올림픽 첫 메달 획득과 WBC 4강 신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는 22일 오전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한국의 4번 타자 이승엽의 맹활약을 바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건 어떨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이승엽이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지 않을까.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 방을 터트린 이승엽의 활약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응원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원한 홈런을 때린 뒤 환한 미소를 짓는 이승엽을 기대하며.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