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 호시노의 벼랑끝 승부수 과연 통할까
OSEN 기자
발행 2008.08.22 08: 03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이기러 갑니다. 리벤지해야 합니다. 그런 대회가 아닌가요” 지난 20일 베이징 올림픽 야구 미국과 예선 최종전에서 연장 11회 승부치기 끝에 2-4로 패한 일본 대표팀 호시노 센이치(61) 감독은 지고도 웃는 낯이었다. 이미 4강을 확정지은 가운데 부담이 없는 미국전에서 일본은 경기 막판 느슨한 플레이를 펼쳐 패배를 자초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승으로 우승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호시노 감독은 그러나 4승3패로 예선을 마친 뒤 말을 바꿔 “예상보다 1패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미국전을 앞두고는 “준결승전 상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이겨놓고 보겠다”고 말했던 호시노였다. 일본은 22일 우커송 구장에서 한국과 준결승을 벌인다. 호시노로서는 그야말로 벼랑끝 승부다. 호시노는 일찌감치 한국을 가장 꺼림칙한 상대로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아시아예선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경기는 일본이 승리했지만 스코어는 4-3, 1점차일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 게다가 경기 직전 한국의 오더가 바뀐 것을 알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를 이기며 베이징 본선 티켓을 따냈지만 승부사 호시노에게 굉장한 긴장감을 일으켰다. 호시노는 “한국전에서는 경기 중 ‘야구란 이렇게 괴로운 것인가. 이제 감독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술회할 정도로 험난한 싸움이었다. 일본언론에서는 아시아예선 한국전 승리 후 “그 때는 평상시와 달랐다. 호텔로 돌아와도 흥분이 남아 있었다”는 호시노의 말을 전했다. 방으로 돌아온 뒤에도 곧바로 자지 못했고 다음날에는 주치의가 피로회복을 위해 링거를 놓아줄 정도였다. 그날 그 격전의 기억이 호시노에게 아주 강하게 남은 모양이었다. 호시노는 연말연시 호주의 휴가지에서 아시아예선 한국전 경기 DVD를 다시 본 뒤 혈압수치가 통상보다 30 가까이 올랐다. 결과가 나 있는 경기였지만 그만큼 호시노에게는 무거운 대전이었다고 보도됐다. 국내에서는 한국이 쿠바와 평가전에서의 선전하자 호시노가 위장병에 걸렸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호시노가 집요하리만큼 위장오더를 물고늘어진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시노는 “선동렬 코치의 대표팀 사퇴는 위장오더와 관련이 있다. 성실하고 정의감이 강한 그의 성격이나 생활 습관을 보더라도 외장오더에 의해 사퇴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김경문 감독을 압박했고,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야구연맹(IBAF)의 위장오버 벌금 부과에 대해서도 “벌금은 안 된다. 돈만 내면 끝나기 때문에 출장정지를 해야 한다”며 딴죽을 걸었다. 올림픽 미디어데이에서도 호시노는 “한국에서 특별히 경계하는 선수는 없다. 위장오더만 내지 않으면 좋겠다”고 끝끝내 비꼬았다. 미국전 승리 후 준결승 상대로 한국이 결정되자 한국 미디어로부터 ‘한국 선발은 김광현인데 일본도 선발을 예고해 달라’는 질문을 받자 호시노는 “그것은 제멋대로인 한국의 생각이다. 나는 김광현이 던질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후 호시노는 일본 미디어에 둘러싸여 “한국은 출전 명단표에 쓴 선수마저 바꾸니까 미디어가 말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김경문 감독이 직접 나에게 말한다면 모를까”라며 마지막까지 위장오더로 한국을 자극했다. 나가시마 시게오와 오 사다하루에 이어 일본의 국민적 영웅감독 반열에 오르기 위한 호시노로서는 말 그대로 사생결단 승부다. 그러나 과도한 공한증과 그에 대한 사사로운 감정으로 점점 더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승리를 위한 승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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