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다시 만난 일본. 이번에도 일격으로 정면승부해 무너뜨려야 한다. 올림픽 야구대표팀은 22일 중국 베이징 우커송 구장에서 일본과 운명의 준결승전을 치른다. 지난 1996년 쿠바 이후 올림픽 사상 두 번째 예선 7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4승3패로 4위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예선 성적은 4강 이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으로서는 앞선 7경기를 잊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최소한 메달 확보가 걸린 한판이다. 지난 16일 예선에서 5-3으로 꺾은 것이 한국에게는 큰 자산이다. 일본은 예선에서 8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1.60) 방어율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선발 방어율(1.59) 1위였고, 불펜 방어율(1.61)은 2위에 오를 정도로 투수진은 고른 전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방망이가 너무나도 부실했다. 팀 타율(0.242)·출루율(0.316)·장타율(0.379) 모두 쿠바-한국-미국에 이어 4위였다. 당연히 팀 득점도 30점으로 4위. 일본 내에서도 지난해 아시아예선 때만큼 필요할 때 점수가 나는 야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에 아쉬워 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국으로서는 경기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타격이 약한 만큼 리드점수만 얻는다면 충분히 지키는 야구가 가능하다. 선발이 유력한 김광현이 최소 5이닝을 막아준다면, 그 다음부터 류현진의 투입도 가능하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인 만큼 원투펀치 2명을 모두 써도 상관이 없다. 불펜에서도 정대현·권혁·오승환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의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국의 예선 불펜 방어율은 5위(3.48)였지만 한기주의 성적을 제외하면 불펜 방어율 1.47로 미국(0.95) 다음으로 좋아진다. 만약 경기 초반 점수를 내지 못하고 접전 양상으로 흐른다면 일본도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진다. 일본은 미국전에서 선발등판했으나 2이닝밖에 던지지 않은 다르빗슈 유의 구원등판 가능성도 있다. 가와카미 겐신, 후지카와 규지, 우에하라 고지라는 우완 정통파들도 필살의 피칭을 기다리고 있다. 가와카미-후지카와-우에하라로 이어지는 3중 불펜은 예선에서 도합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미국전에서 무너진 좌완 이와세 히토키도 최소 1이닝은 잘 막을 수 있다. 일전을 앞둔 일본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3점 승부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압박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점수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광현은 좋은 투수라고 인정하지만, 고속 슬라이더를 참을 수 있으면 된다. 2경기 연속 호투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말했다. 다부치 고이치 타격코치는 “김광현의 고속 슬라이더는 100% 버리면 된다. 삼진을 당해도 된다고 주문했다. 감독에게도 허락 받았다”고 공략 포인트를 밝혔다. 호시노 감독은 “류현진이 나올 수도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엽은 “팀 분위기가 최고”라며 맞대응했다. 국제대회는 한 방, 한 순간에 의해 경기가 갈려진다. 예선 일본전처럼 이대호의 동점 투런 홈런과 이종욱의 기습번트·도루로 상대의 혼을 빼놓아야 한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대타타율 4할에서 나타나듯 승부수에 강하다. 결정적으로 한국의 가장 큰 힘은 수치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끈질김이다. 한국은 예선 7승 가운데 무려 3승이 역전승이으로 8개국 중 가장 많았다. 국제대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특수한 경우가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건 3승의 상대가 바로 미국, 일본, 쿠바였다는 점이다. 한국야구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식이 통하지 않게 이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