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 또 적중했다. 생각대로 하면 다 된다. 22일 한국과 일본의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이 열린 우커송 구장. 1-2로 뒤진 한국의 7회초 공격에서 1사 후 이대호가 3연타석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때 한국 덕아웃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던 정근우가 출전을 준비했다. 대타 출장이 예상됐다. 타석에 있는 고영민은 이날 2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었다. 그러나 정근우는 방망이가 아니라 헬멧만 집어들고 1루로 향했다. 대주자로 이대호와 교체되는 것이었다. 7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승부수를 띄울 상황이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이대호를 빼고 빠른 발의 정근우를 기용했다. 타석에는 고영민이 그대로 들어섰다. 투수는 일본이 자랑하는 최강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 하지만 고영민은 초구에 냅다 방망이를 휘둘러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김 감독의 기대에 보란듯 부응했다. 1사 1·2루 찬스. 그러나 8번 포수 강민호가 3연타석 삼진으로 물러나 기회가 물거품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때 김 감독의 대타작전이 시동걸렸다. 김 감독은 9번 박진만 대신 이진영을 대타로 넣는 승부수를 띄웠다. 여기서 이진영이 한 건 해냈다. 이진영은 볼카운트 2-2에서 후지카와의 6구째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겼다. 타구는 1,2루간을 갈랐다. 절묘한 우전 안타. 이 순간 2루 주자 정근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홈으로 쇄도해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됐다. 대타 성공과 함께 대주자 작전까지 모두 다 적중되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대타 성적은 6타수 3안타 3타점. 타율이 무려 5할. 나머지 7개국의 올림픽 대타 성적은 25타수 2안타로 타율 8푼밖에 되지 않았고 타점은 2개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3일 미국전 9회말 정근우의 2루타와 16일 일본전 김현수의 결승타에 이어 이날 준결승 일본전 이진영의 동점타까지 터졌다. 비단 대타 작전뿐만이 아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심각한 타격 슬럼프로 모두의 우려를 산 이승엽을 마지막까지 믿고 내보내는 대단한 뚝심을 보였다. 이승엽은 2-2 동점이었던 8회말 결승 투런 홈런으로 영웅이 됐다. 이전까지 이승엽의 성적은 25타수 3안타로 타율 1할2푼에다 삼진은 무려 8개. 김 감독의 무시무시한 뚝심이 아니었더라면 1할2푼짜리 타자가 그 중요한 순간까지 타석에 들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 . . . . .
